5월 22일(화) 늦은 저녁, 종로 M스퀘어에서는 민음사에서 마련한 아주 특별한 북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김미월, 안보윤, 김태용 세 작가님께서 각각 <착한 소설, 나쁜 소설, 이상한 소설> 파트를 전담하며, 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친다는 컨셉으로 기획 당시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북 콘서트였습니다. 예상을 뛰어 넘는 여러분들의 성원과 참여로 마지막까지 성황리에 진행된 3인3색 북 콘서트 현장,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3인3색 북 콘서트의 컨셉은 아시다시피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패러디하여 각 작가님들의 개성에 맞게 변용한 것입니다. 김미월 작가님께서도 처음 이 북 콘서트 모집 페이지를 보셨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크게 웃으셨다고 합니다.

드디어 3인3색 북 콘서트의 주인공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의 김미월 작가님, 『우선멈춤』의 안보윤 작가님, 그리고 『포주 이야기』의 김태용 작가님을 한 자리에 모셨습니다.

 이날 3인3색 북 콘서트의 사회는 강유정 영화평론가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작가님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부터 작품에 대한 논의까지, 폭넓은 대화의 장을 이끌어주신 강유정 평론가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Q. 세 작가의 근황이 궁금하다!

먼저, 안보윤 작가님께서는 좋아하는 선배 작가들과 함께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믿겨지지 않고 마치 ‘책을 펼쳐 놓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그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3월에 『우선멈춤』을 출간한 이후, 요즘에도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하셨습니다. 책이 나올 때 즈음엔 다소 우울한 마음이 드는데, 아마도 독자의 반응에 대한 기대와 그 엇갈리는 반응 때문이 아닌가 한다며 그렇게 자꾸 낙심을 하다 보니 계속 나쁜 소설을 쓰게 되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웃음)

이날 북 콘서트에서 ‘이상한 소설’ 컨셉을 전담하신 김태용 작가님께서는 컨셉에 맞게 다소 기괴하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잔뜩 전해주셨습니다. 안보윤 작가님께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수용이 되는 ‘이상한 소설’ 컨셉을 부러워하시기도 하셨답니다. 김태용 작가님 역시 최근에도 계속해 글을 쓰고 있다고 근황을 전해주셨습니다.

 언제나 환한 웃음이 아름다우신 김미월 작가님의 모습입니다. 안보윤 작가님, 김태용 작가님과 달리 근황을 묻는 질문에 김미월 작가님께서는 지난 1년 동안 단 한 편의 글도 쓰지 않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소설을 안 써도 시간은 잘 흘러가더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무래도 지금부터는 독자 분들의 독촉이 이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Q. 세 작가의 집필 습관이 궁금하다!

 강유정 평론가님께서 세 작가님들 각각의 특별한 집필 습관에 대한 질문을 하셨는데요, 안보윤 작가님께서는 초콜릿 같은 단 것을 굉장히 많이 드시고 특히 마실 거리를 많이 구비해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강유정 평론가님께서는 일명 ‘나쁜 소설’을 쓰시는데 몸에 나쁜 습관까지 갖고 계시다며 각자에게 알맞은 컨셉을 잘 부여한 것 같다고 하셨답니다.

김미월 작가님께선 일단 자리에 앉기까지가 굉장히 힘들고, 앉아서도 딴짓을 많이 한다고 하셨습니다. 컴퓨터의 바탕화면 폴더까지 다 정리를 해야 하고, 어쩔 때는 아이돌 그룹의 뮤직 비디오를 보며 그 활력을 느끼기도 하신다고요. 어지간한 아이돌 그룹을 다 꿰고 있다는 김미월 작가님께서 아이돌 그룹의 뮤직 비디오를 보며 ‘아 정말 열심히 춤을 추는구나’하고 감탄하시는 모습을 언뜻 상상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김태용 작가님께선 정말 독특한 집필 습관과 환경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단연 이날의 압권!) 고시원에 가셔서 어디선가 얻어온 환자복을 입고 글을 쓰신다는 작가님의 충격 발언 때문인데요. 이 말을 들은 김미월 작가님께서도 ‘정말 이상하시다’며 모두에게 큰 웃음을 전해주셨습니다.

Q. 세 작가의 ‘돈’에 대한 생각?!

 작가로서 ‘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안보윤 작가님께서는 책이 나오면 또 그만큼 소모되는 부분이 있다며 돈은 좋으나, 크게 인연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하셨습니다. 되려 작가님 본인 보다는 독립해서 혼자 사는 작가 분들에 대한 걱정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이어 말씀을 이어주신 김미월 작가님께서는 본인이 바로 혼자 살며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라고 하셨는데요, 적게 벌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고 필요한 것을 사는데 모자라지 않는 정도라 별 불만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글만 써서 풍요롭게 살면 좋겠지만 그건 아직 ‘겪어보지 못한 운’ 같은 것이라고요.

김태용 작가님께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해주셨습니다. 왜 본인이라고 이러한 종로 한 복판에 통유리로 된 건물에서 글을 쓰고 싶지 않겠냐고요. (웃음)

Q. 습관적으로 쓰는 부사나 단어가 있다면?!

김미월 작가님께서는 ‘갑자기’라는 부사를 많이 쓴다고 하셨습니다. 다음 상황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갑자기’라는 말의 관대함을 빌려오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요, 아무리 거듭해서 원고를 읽어 보아도 반드시 그 부사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고요. ‘갑자기’나 ‘불현듯’과 같은 부사를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안보윤 작가님께서는 ‘순간’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조바심이나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하셨는데, 독자 눈이 돌아가지 않게 계속 주목하게 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요.

김태용 작가님께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말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작가님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런 관용구들을 의식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어 작가님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태용 작가님께선 항상 힘들게 쓰는 스타일이라며, 『포주 이야기』는 불현듯 그 말이 떠올라서 쓰게 되었는데 아마도 첫 문장이 소설을 끌고 나가려는 힘이 있지 않았을까 하신다고요.

김미월 작가님께서는 『아무도 펼쳐 보지 않는 책』에서 「프라자 호텔」이라는 단편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언젠가 교통 체증에 막혀 프라자 호텔 앞에 서 있을 때 오랫동안 한 자리에 고정된 그림자를 보고 ‘태어나자마자 입양되었다가 20년 만에 고국을 찾아온 사람일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되었고 과연 입양아의 눈으로 본 서울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상상에서 나아가 실제로 작가님께서 프라자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쓰신 단편이라고 합니다.

안보윤 작가님의 『우선멈춤』은 ‘불에 탄 사람들’ 같은 일그러진 이야기라며 여고생이 불법 낙태 시술을 받고 돌아오는 장면을 공들여 쓰셨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 얼굴처럼 되어버린 그 모습을 보며, 타인처럼 느껴지는 이대로가 좋겠다 하고 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작가님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쓸쓸하고 아팠던 부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각자 짚어주신 내용에 맞는 작품 속 구절들을 직접 조금씩 낭독해주셨는데요, 지금껏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작가님들의 모습과는 또다른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자신을 떨리게 하는 것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세 작가님들을 떨게 하는 것, 긴장이나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김미월 작가님께선 그런 대상이 굉장히 많다고 하셨는데, 무엇보다 좋은 책을 읽었을 때 질투와 시기를 느끼면서도 굉장히 행복해한다고 하셨습니다. 얼마 전엔 권여선 작가님의 『레가토』를 읽었는데, 책값이 헐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고요.

이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안보윤 작가님께서는 좋은 책을 읽으면 ‘내가 변할 수 있겠다’는 공포심을 갖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습작할 때에는 그런 감정이 많이 들어서 책을 다 먹어버리고 싶은 작가가 있었다고도 합니다. 또 즐겁게 떨릴 때에는 작가님의 책이 서점의 서가에 꽂혀있는 것을 보셨을 때라고 하셨습니다.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도 하며 책을 보는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는데, 부끄럽지만 무척이나 설레는 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김태용 작가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이 많이 떨린다며, 즐겁지만 두렵기도 하다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첫 책이 나오고 서점 순례를 갔는데 동네의 작은 서점에 작가님의 책 두 권이 있는 것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고, 떨려 했던 기억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늘 괴짜 같은 모습과 반전 가득한 대답으로 일관하신 김태용 작가님이셨습니다.

이어서 마이크를 독자 분들께 넘기고, 질문을 통해 세 작가님들과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김미월 작가님 소설에 등장하는 남성 심리에 대한 세밀한 묘사, 등단 전후 달라진 점, 각자 좋아하는 작가나 사운드 트랙이 있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교환했습니다.

세 작가님들께 사인을 받는 자리를 마지막으로 <착한 소설, 나쁜 소설, 이상한 소설> 3인3색 북 콘서트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자리를 빛내주신 김미월, 안보윤, 김태용 작가님과 멋진 진행을 맡아주신 강유정 평론가님, 그리고 뜨거운 열기로 강연장을 가득 채워주신 독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