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월) 어제 저녁, 세계적인 석학 제러미 리프킨이 한국의 독자들과 만나 대중 강연회를 진행했습니다. 『3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가졌던 제러미 리프킨과의 농밀한 시간, 지금 바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제러미 리프킨 방한 일정 중 첫 번째로 진행되었던 ‘마이크임팩트’의 대중 강연회, M스퀘어에서 진행된 어제 강연에는 130명이 넘는 분들이 자리를 가득 채워주셨습니다. 먼저 강연전문기업 ‘마이크임팩트’의 대표님께서 이날의 강연 취지와 제러미 리프킨에 대한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강연회장 한 편에는 민음사의 부스를 따로 마련하여 제러미 리프킨의 도서들을 할인 판매하였습니다. 제러미 리프킨의 신간 『3차 산업혁명』과 함께 『유러피언 드림』, 『소유의 종말』, 『수소 혁명』,『공감의 시대』, 『노동의 종말』 도 강연회장에서 함께 소개를 드렸습니다.

현재는 새로운 소비재 융합의 폭발을 눈 앞에 둔 상태입니다. 탄소 후 세대인 여러분들의 세대 안에서 새로운 에너지 융합이 일어날 것입니다. 지난 25년간은 PC 혁명의 시대였습니다. 전세계 23억 인구가 서로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TOP-DOWN 방식이나 중앙집중적인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 권력으로 확장되었으며, 이렇게 게임의 원칙이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석탄, 가스, 석유는 엘리트 에너지입니다. 지정학적으로 제한된 지역에만 존재하며 수직적이고 중앙집중적인 권력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런 에너지는 지는 해이며, 뜨는 해는 마구 널린 ‘주변의 에너지들’입니다. 태양이나 풍력, 지열, 파력, 조력, 농업, 임업, 심지어 잘 가공된 쓰레기마저도 우리를 일년 내내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에너지화하면 소득화가 가능합니다. 전 세계의 가장 큰 경제블록인 유럽연합은 제3의 산업혁명을 가장 빨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유럽은 에너지 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3차 산업혁명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⑴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한다.

⑵ 모든 대륙의 건물을 현장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 발전소로 변형한다.

→ 몇 개의 중앙집중 프로젝트로는 살아남을 수 없으며, 모든 대륙의 건물을 미니 발전소로 변경해야 합니다. 지금도 재생 에너지를 과거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최고의 주범은 바로 ‘빌딩’입니다. 유럽연합의 모든 빌딩이 자체적 미니 발전소를 만들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신규 빌딩은 엄청난 파워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미니 발전소로 빌딩을 변환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신규 고용 창출이 가능합니다. 한국도 청년 실업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두 해결이 가능할 것입니다.

⑶ 모든 건물과 인프라 전체에 수소 저장 기술 및 여타의 저장 기술을 보급하여 불규칙적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를 보존한다.

→ 스티브 잡스가 개인 PC를 상용화시켰다면, 이제는 온 지구의 인구가 거래 비용 없이 인터넷 네크워크의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에는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기구들이 존재하고, 서비스 가격도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 역시 비용이 낮아지고, 거의 무료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Inpowering이 가능하며,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에너지는 불규칙하게 발생하므로 저장 역량이 필요하게 되고, 이에 따라 ‘수소 저장 기술’이 중요해지게 됩니다. 수소 저장 기술은 인류의 가장 기초적인 기술입니다.

⑷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여 모든 대륙의 동력 그리드를 인터넷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에너지 공유 인터그리드로 전환한다.

⑸ 교통수단을 전원 연결 및 연료전지 차량으로 교체하고 대륙별 양방향 스마트 동력 그리드상에서 전기를 사고팔 수 있게 한다.

→ 그 다음으로는 에너지를 십시일반하여 공용하는 인터그리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독일은 벌써 이에 대해 앞서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력 가격을 조절하거나 사고 팔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은 석탄과 석유에 에너지의 66%를 의존하고 있습니다. 점점 더 원유 가격을 쫓아가지 못 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독일이나 일본은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있는데, 한국만 원자력 발전을 늘리고 있습니다.

3차 산업혁명 준비를 위한 위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는 반드시 융합되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 역시 녹색 성장을 약속하였기 때문에, 미국처럼 실수해서는 안 됩니다. 차액 발전(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전기세를 약간 씩만 올려서 수집이 된 추가적인 돈을

재생 에너지 그리드에 보태어 그 에너지를 사주는 것)을 도입하여야 합니다. 독일은 벌써 100만 개 넘는 건물이 재생 에너지로 전환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혁명’입니다.

에너지 쪽에서 각각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하며, 대형 에너지 회사들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혁명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성격의 정치 경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2차 산업혁명이 수직적 확장이었다면, 3차 산업혁명은 와이파이처럼 수평적인 확장이 이루어집니다. 3차 산업혁명은 로드형으로 확장하며 그 경계를 구분 짓지 않습니다. 모두가 권력을 공유하고, 상호의존적이지만 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상거래를 이어가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개인 플랜입니다.

예전에 저는 한국과 일본을 주목하라고 말했었습니다. 두 국가 중 하나가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아직은 그 단계가 아니지만, 출발이 좋습니다. 우선 한국은, 아직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태양열과 풍력, 바이오매스 등의 엄청난 재생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산업은 에너지 전환을 할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초일류 IT 기업과 운송 기업을 통해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또 한국은 아시아의 반도로서, 호주와 일본, 필리핀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대륙 간의 정치 유니온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아시아의 가교 역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한국을 2차 산업혁명의 대표 국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구식 생각에 머물지 말고, 사고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제 아내가 꽤 까다로운데, 이 핵심 요소를 생각해내는데 20년이 걸렸냐고 반문했었습니다. (웃음) 그만큼 어려운 얘기는 아니지만,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인프라입니다. 기술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지정학적 생각에서 바이오적인 생각으로 바꿔야 하고, 산업혁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여러분들께도 부탁을 하자면, 보다 큰 그림을 보자는 것입니다. 한국은 큰 기회가 있는 나라입니다. 동맹을 대표할 기회가 있고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수출용으로 재생 에너지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재생 에너지 생산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인프라 자체를 수출해야 합니다. 구식 에너지가 앞으로는 더 비싸질텐데, 30년 후엔 어떻게 할 것입니까?

이러한 내러티브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유통시켜야 합니다. 정부 지도자나 정치인에게 적극적으로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선택의 대안이란 없으며, 향후 세대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3차 산업혁명의 최고의 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라고 하는 오아시스의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JEREMY RIFKIN WITH 최재천 교수님

이어 최재천 교수님께서 연단에 함께 올라오셔서 제러미 리프킨과 몇몇 질문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재천 교수님께서 리프킨의 신작 『3차 산업혁명』이 이전의 저서들을 통해 점점 진화되어 온 것 같다고 하자, 리프킨은 지금은 직업이 교수지만 이전에는 사회 활동가였고 그 동안 본인의 귀를 열고 눈을 크게 뜨고 들어왔기 때문일 거라고 답했습니다. 책으로 써 놓은 것은 사실 ‘상식’의 문제라고요.

또 이전의 두 산업혁명과는 달리, 3차 산업혁명은 더 민주적일 거라고 얘기한 이유에 대해서 리프킨은 워낙 거래 비용이 낮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민주화가 가능해졌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휴대폰이나 기계 부품 등을 층층이 쌓아 물리적 제품을 만드는 ‘첨삭 제조’ 역시 가능해졌다고요. 이제는 첨삭 제도로 제품을 생산하게 됨으로써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또 인터넷을 통해 마케팅 비용까지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공감’의 능력에 대한 물음에 리프킨은, 공감이란 자기애가 진화된 모습이라 생각한다며 본인의 유한함을 알아야 느낄 수 있고, 개인적인 정책을 가질 때만이 공감이 가능한 존재라고 답했습니다. 공감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기본적, 생리학적인 본능으로서 보이지 않는 손처럼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날 최재천 교수님께서는 리프킨에게 『 호모 심비우스 』라는 책을 선물하셨습니다. 리프킨이 전작 『공감의 시대』에서 끊임 없이 강조하고, 이날 강연에서도 ‘공감’이라는 본능에 대해 설파했던 것처럼 최재천 교수님께서 만든 말인 ‘호모 심비우스’ 역시 공생, 공감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신조어라고 합니다.

강연장을 가득 채운 독자님들의 뜨거운 열기가 대단합니다.

월가 점령 시위에 참여한 젊은 청년들에게 리프킨은 “새로운 길을 인도하라. 여러분들에게 큰 희망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젊은 청년들에게 진짜 ‘희망’을 가지고 있냐고 묻는 교수님의 질문에, 리프킨은 청년들에 대해 따끔한 일침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리프킨의 진중한 메시지를 전하며, 내한 강연회 행사 스케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있다고 해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어휘력이 많이 부족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Like나 Awesome 같은 말을 많이 쓰는데 예전과 사용 맥락이 많이 달라졌다. 그만큼 적확한 표현을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이 보편화된 것이다. 우리가 구해야 할 세계가 복잡하다면 체계적인 사고와 명확한 비유를 통해야 한다. 희망을 가지고 있으나 한 편으로는 이러한 우려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를 타파하고 그것을 유산으로 남겨라. 그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