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악필이라는 옛말이 있다. 드러난 통계는 없지만 왠지 그럴싸하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던 친구들은 대체로 예쁘고 정갈한 글씨체를 지녔으나, ‘천재’라면 악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잘 보이는 글씨로 메모하고 기억하고 다시 들여다보는 일 따위, 천재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 글은 분명 양안다 신작 시집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를 말해야 하는 자리인데 왜 글씨 타령인가? 자연스러운 흐름상 대답은 자명하다. 양안다는 악필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양안다는 천재라고.

1992년생 젊은 시인에게 천재라는 말은 말뿐이 상찬이거나 과도한 광고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조금 더 정밀하게 표현하자면 양안다는

 

악필인 시 천재고,

예감과 예지의 천재고,

영혼에게 미안할 만큼 어린 감정을 모아 시집으로 묶어낸 천재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시를 만들더 영화보다 더 아름다운 시를 만드는 천재고,

잠이 오지 않을 때 무심코 세어 보는 양들을 머릿속에 뛰어놀게끔 한 천재며,

다시 돌고 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씨는 못 쓰는 천재다.

 

이렇게 풀어 써놓고 보니, 그의 글씨가 어쩐지 달필처럼 느껴진다. 활자들이 어떤 흐름에 몸을 내맡긴 것 같다. 양안다가 앞으로 써 나갈 시처럼 멈추지 않을 것만 같다. 글씨 때문에 천재라 말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 그는 천재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시인이고, 그의 시를 만나서 천재적으로 반갑다.

 

 

책의사생활_양안다_

사진은 글씨를 알아보지 못한 미욱한 편집지가 이게 무슨 뜻이지요? 하며 보낸 사진이고, 정답은……

 

 

편집부 서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