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베트남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0622_동조자 2_표1 0622_동조자1_표1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베트남전. 1964년부터 1975년까지 무려 12년에 걸쳐 이어진 이 기나긴 전쟁은 2차 대전 이후 세계 최강의 힘을 자랑하던 미국이 군사력에서 처음으로 패배를 겪은 전쟁이다. 이로 인해 4만 5천여 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었고, 북베트남과 남베트남에서는 90만 명과 25만 명의 군인이 사망했으며 민간인의 피해는 수백만을 헤아린다. 전쟁을 치르는 동안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세 번 바뀌었고, 평화운동과 반전운동이 불붙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냉전 체제에 대한 크나큰 의문이 제기되었다.

 

2016년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상인 퓰리처상은 이 ‘인기 없는 전쟁’을 다룬 비엣 타인 응우옌의 첫 소설 『동조자』에게 돌아갔다. 베트남 이민 2세대인 응우옌은 베트남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자랐고, 소수인종이자 전쟁의 피해자, 이민자로서 자신의 복잡한 정체성을 탐색하는 여정 속에서 이 소설을 썼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소설의 주인공인 ‘나’ 역시 다중의 페르소나를 지니고 있다. 그는 베트남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신부 아버지에서 태어난 혼혈이며, 겉으로 보기엔 베트남 대위이지만 CIA 비밀요원이고, 거기서 더 들어가면 베트콩 고정간첩이다.

 

소설은 이 같은 주인공이 북베트남 수용소에 갇혀 수용소장에게 쓰는 보고서의 형식을 띠고 있는데, 그는 이 기나긴 고백 속에서 미국과 남베트남 정부가 저지른 만행과 사이공의 몰락, 베트남 이민자들의 슬픔과 어리석음, 미국인들의 오만과 무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학에 빠져 있던 부분을 채우고, 목소리를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다”는 뉴욕 타임스 북리뷰의 평은 자아에 갇혀 역사와 개인의 교차점을 그리는 문학의 진정한 힘을 잊고 있던 1세계 미국 문단에 이 작품이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음을 시사한다. 퓰리처상 외에도 앤드루 카네기 메달상, 에드거 어워드 등 주요 9개 문학상을 수상한 『동조자』는 에스파오나주 장르의 틀 속에서 전쟁과 디아스포라를 현란하고 실험적인 문체로 그려내는 동시에 정곡을 찌르는 블랙 유머를 구사한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나 자신이 베트남과 베트남 전쟁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가를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과 더불어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 10부작도 시청하길 권한다. 문학을 통해 역사를 만나고, 또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위치에 속하는가를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박여영

연령 13세 이상 | 출간일 2018년 6월 11일
수상/추천 에드거상 외 1건
연령 13세 이상 | 출간일 2018년 6월 11일
수상/추천 에드거상 외 1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