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시대의 최대 과제, 인간의 노동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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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3년 전,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노동의 종말』에서 기술 발전으로 로봇과 컴퓨터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제조업, 서비스업 부문의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고 역사상 어느 때보다 인간은 노동을 덜 하게 되며 많은 시간을 레저에 쓰게 될 것이라 예견했다. 책에서 그린 미래는 노동의 종말로 인해 실업에 대한 인간의 분노와 좌절, 여유시간의 증가와 무력감으로 디스토피아가 된다. 자본가는 기술 발달에 따라 잉여가 된 노동자를 해고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더욱 큰 이익을 창출해 부익부 빈익빈은 심화되며, 기술 발달의 가속화로 향후에는 기술이 지식노동자들도 점차 대체하게 된다.

 

세계 경제는 노동의 본질이 급진적으로 변하는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농장, 공장 및 다수의 화이트칼라 서비스 산업 부문은 빠른 속도로 자동화되어 가고 있다. 21세기에는 반복적인 단순 업무부터 고도로 개념적인 전문 업무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 값싸고 보다 효율적인 기계에 의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21세기 중반까지 상거래 부문에서는 현재 고용된 인력의 일부만을 운영하여 제품과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적 수단과 가용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아마도 2050년쯤이면 전통적인 산업 부문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 전체 성인 인구의 5퍼센트 정도밖에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모든 나라에서 노동자가 거의 필요치 않는 농장, 공장 및 사무실이 일반화될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 중에서

 

리프킨의 책이 미래의 노동에 대한 예측서라면 이번에 출간된 『노동의 미래』는 리프킨의 예측이 현실화된 모습이 담긴 분석서이다. 볼보의 스웨덴 공장이나 중국 내 생산설비 공장 등 글로벌 노동 현장에서의 변화상뿐만 아니라 자동화가 일상 속에 스며들어 오고 있는 현실을 《이코노미스트》 경제 전문 기자인 라이언 아벤트가 글로벌 현장에서의 생생한 예시들을 통해 실감하게 한다. 그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10억 명 이상 늘어난 글로벌 노동인구는 다음 30년 동안 또 10억 명이 늘어날 것임에 반해, 신기술은 단순 노동을 갈수록 자동화할 것이며 기술은 교육이나 의학 같은 분야에도 변화를 가해, 다수의 교사나 의사가 수행하던 일을 소수만이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미래의 고용 기회가 자동화와 노동력 과잉으로 심각하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정체되고 불평등이 증가할 것이며, 사회가 일자리를 보호할 방안이나 대안을 내놓지 못하면 노동자는 정치를 이용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암울한 상황 인식 또한 리프킨과 동일하다. 다만 이 책의 저자는 디지털 혁명이 곧 인간 노동의 종말을 말할 수 있다는 데서는 비관적이지만, 인류가 산업혁명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한다. 아벤트는 디지털 혁명이 산업혁명의 과정과 매우 유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혁명 발생 이전에는 현재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국가의 광범위한 사회적 역할, 이를테면 보편적인 교육, 빈곤층 및 실직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와 연금, 인프라 네트워크의 구축 및 유지 등의 역할이 존재하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정치적 변화의 시기를 겪은 이후에야 새로운 기술의 결실을 공유할 장이 마련되었던 것처럼,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도 결국 변화를 통해 광범위한 규모로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전철을 밟게 되리라는 것이 저자의 예측이다.

새로운 사회로의 대전환을 앞두고도 우리는 아직 노동시장에서 자동화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일자리가 소멸할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 실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기술 발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소수의 엘리트 집단과 거대한 잉여 노동력의 실업자 집단, 현 시장경제가 내포하고 있는 기술 발전의 위험한 덫과 그것을 보완할 장치에 대한 고민은 우리가 후손을 위해 풀어가야 할 커다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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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논픽션팀 김혜원

연령 20세 이상 | 출간일 2018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