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의 표지가 독특하고 아름답다고 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을 새롭게 소개해야 한다는 조건 앞에 고민하던 지난가을이 떠오릅니다. 담당 북디자이너와 새로운 조르바의 느낌에 대해 토론하고,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여러 후보를 거쳐 디자이너가 제안한 분은 아티스트프루프의 최경주 님이셨지요. 명동에 위치한 아티스트 프루프의 작업실에 미팅을 다녀온 날, 작가님의 부군이신 이동렬 트럼페티스트 님까지 네 명이서 조르바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저렇게도 해 보자……. 계획은 거창하고 신이 났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조르바’를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도 되었고요. 무사히 책이 인쇄되고 난 후, 디자이너와 작가님께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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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미 한 권씩들은 소장하고 있지 않을까, 새로운 감각으로 번역되어 나오는 새로운 판본에 표지는 어떤 의미를 더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익숙한 타이틀인만큼 표지는 낯설어 독자 앞에 새로운 책처럼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그렇게 색다른 표현을 찾던 중에 평소 흥미롭게 봐 오던 아티스트 프루프의 작업을 떠올렸어요. 조금 낯설고 새롭게, 판화라면 어떨까. 판화 작업 특유의 즉흥적이고 우연적인 작업 과정에서 오는 조형들의 중첩이 주는 자유분방함과 풍성한 컬러…… 조르바로 대변되는 자유로운 정신을 보여 주는 선 굵고 거친 질감들…….

아쉬웠던 점이라면, 종이와 패브릭에 각각 작업해 주셨는데 패브릭 시안이 물성으로 인해 좀 더 독특해서 마음에 들었지만,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인쇄를 통한 색 재현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결국 최종 결과물에 반영되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지만, 특징있는 질감의 종이로 대체하여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 최정은, 민음사 북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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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프루프 작업실 풍경 ⓒ 포스트서울(http://www.postseoul.com)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컸던 20대 시절, 자유인 조르바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른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히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기지 못했고, 그와 그의 산투리는 기억 한편에서 잊히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출판사의 책 표지 제안 연락을 받았습니다. 옛날 기억을 다시 더듬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조르바가 아닌 책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였어요. 그가 살아온 삶에서 누릴 수 없었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거죠. 그의 친구이자 소설 속 인물인 조르바의 거침없는 삶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저자를 통해 저 역시 영감을 얻었습니다. 크레타 섬의 거칠고 척박한 이미지, 강렬한 태양과 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조르바의 땀 냄새 가득한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섬에서 끊임없이 부는 바람과, 평생을 여행한 카잔차키스의 삶도요.

시안 중에는 배경을 검정으로 작업하기도 했는데 (비록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이미지입니다. 조르바를 떠올릴 때, 가슴이 뛴다는 것은 여전히 내가 자유를 갈망하는 것이기 때문이겠고,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에 공감한다는 것은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자 분들이 조르바를 통해 기억에서 멀어졌던 자유를 가슴속에 새길 수 있길 바랍니다.”

―최경주, 판화가(아티스트 프루프)

작가님이 말씀하신 ‘B안’은 독자 분들께 ‘조르바 리딩 가이드 노트’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한 책의 표지가 탄생하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그를 종합하고, 실현 가능 여부를 따지고, 제작된 실제의 책을 손에 받아 쥐기까지의 과정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새롭게 독자 앞에 선보인  『그리스인 조르바』를 많은 분들이 읽어 주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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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편집부 허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