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17-11-30-17-11-44_Photo_96

 

 

이따금 무표정한 내 얼굴이 찍힌 사진을 볼 때가 있다. 입꼬리는 삐뚤어진 것 같고 눈매는  다정하지 않아 어쩐지 화난 사람 같다. 그 모습이 보기 싫어 사진기 앞에만 서면 준비해 뒀던 미소를 꺼낸다.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판에 박힌 미소지만 거울 앞에서 몇 번이고 몇 날이고 연습한 시간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자연스러운 것 같은 느낌. 여전히 어색하고, 나 혼자만 관심 있지만, 그걸 나도 잘 알지만, 내가 만든 웃음이라 생각하면 제법 만족스럽다.

그런 시간들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을까? 혼자서 부끄러워하고 혼자서 연습하고 혼자서 만족했던 기억들. 남들은 모르는 나 혼자만의 알맞음. 내가 만들어 가는 삶의 적정함과 거기 도달하기 위해 감내하고 버텨 냈던 시간들. 다른 사람의 기준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되고 내가 삶의 기준이 되는 순간들 말이다. 시인이 떠올린 이런 기억들이 당신의 사라진 기억을 불러낼지도 모르겠다.

“스물몇 살 때, 시 비슷한 것 하나 쓰면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보고 또 보고 했었다. 카페에서도 보고 버스에서도 보고 자기 전에도 보고 혼자 낄낄거렸다. 스스로 의기양양해져 걸을 때도 소읍의 불량배처럼 걸었다.” (64쪽)

소읍의 불량배까지는 아니더라도 혼자 너무 좋아서 혼자 만족스러워하는 이 간결하고 심플하고 소박한 삶의 기쁨들. 『최소의 발견』은 시인 이원이 그의 삶에서 가장 적게 지닌 것, 하지만 가장 중요해서 가장 나중까지 지닌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 순간, 시를 쓰며 세상과 닿고 있다고 느낀 순간,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랑스러운 비밀들을 발견한 순간, 그림과 사진과 조각들이 시의 언어로 태어나는 순간……

‘순간주의자’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타오르고 부딪치고 휘발한다.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지 않고 순간과 함께 타오르고 사라지는 일상. 어쩌면 이토록 사적인 행복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발견하고 싶어 하는 삶의 기술이 아닐까.

“바라보는 자로서의 시선은 별것 아니다.

견디는 자로서의 시선도 별것 아니다.

부딪치는 자로서의 시선은 타오른다.

타오르는 폭풍이며 타오르는 파도다.

부딪친다는 것은 제 안의 물로 제 안의 바람으로

불꽃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122쪽)

 

민음사 편집부

박혜진

이원
출간일 2017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