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 편집자의 미래를 밝힌 책

나인_반전

 

 

나는 걱정했다. 인터넷이 있는데 사람들이 종이책을 계속 살까? 스마트폰을 쓰다 보면 집중력을 영영 잃지 않을까? 온라인 커뮤니티가 사회 운동을 망치는 거 아닌가? 가상현실이 현실을 대체하면 어떡하나? 인공지능이 인간을 다 죽이면?(차라리 그랬으면)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이라는 무시무시한 부제를 단 『나인』을 편집하면서 책에 빠져들기 시작한 대목 중 하나는 저자들도 ‘걱정했다’는 데였다. “우리 둘 다 인류 역사의 중요한 시기, 즉 우리가 처한 이 역사적 순간을 대형 기관들이 견뎌 낼 능력이 있을지를 깊이 걱정한 경험이 있었다. …… 사람들의 생계가 달린 일이고, 산업 전체가 위험에 처해 있다. 막대한 경제 사회적 가치를 지닌 기관들이 단번에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282~283쪽)

MIT 미디어랩 소장 조이 이토와 미디어랩 연구원이자 베테랑 저널리스트 제프 하우는 그렇지만 이세돌을 이기는 알파고를 보면서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 세기의 대결을 통해 바둑 공동체와 학자들 사이에 창의력과 에너지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명예 9단을 수여받았고 바둑 동호회 가입자가 두 배로 늘었다. 이러니 미래에 터미네이터가 굳이 인간을 말살하려 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J. J. 에이브럼스가 추천사에서 “탁월하고, 흥미진진하고, 무엇보다 낙관적이다.”라고 말한 그대로다.

낙관의 근거는 역시 MIT 미디어랩이라는 환경인 것 같다. 세계적인 기술연구소로 산학협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미디어랩은 그러니까 구글, 애플 같은 기업도 아니고, 학과 구분이 분명한 보통 대학과도 다르다. 아예 ‘반학과(anti-disciplinary)’를 추구하는 미디어랩은 공대생, 예술가, 생물학자, 기업가, 교육자…… 누구나 오가며 아이디어를 내고 바로 그 아이디어를 구현해 보는 곳이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가 디지털 문화의 창조자라면, 1985년 MIT 미디어랩을 만든 네그로폰테는 디지털 시대의 예언자로 불린다. 그리고 설립 이래 30년간 미디어랩은 예언을 실현했다. 2011년부터 미디어랩 소장을 맡은 저자 조이 이토는 대학만이 아니라 일찍이 유치원을 중퇴한 인물로, 열대어를 좋아하느라 해양학을 공부하는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인터넷 자유 운동의 옹호자, 그야말로 미디어랩스러운 사람이다.

조이 이토가 MIT 미디어랩을 이끌며 추려 낸 9가지 생존원칙이 바로 이 책 『나인』이다. 말하자면 미디어랩 30년 역사가 검증한 원칙이다. 책에 나오는 최신 기술과 귀신같은 과학의 발전도 인상적이지만, 코딩 하면서 즐거워하는 어린이와 그렇게 코딩으로 세계의 논리를 이해해 나가는 교육을 확산시키려는 어른들 이야기는 그동안 내가 기술에 대해 품고 있던 소극적, 심지어 저항적 태도를 깨트리는 데가 있었다. 그러자 책이 말하는 ‘생존’이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살아남는 것 같은 게 아니라,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했던 걱정과 통한다는 게 밝혀지면서 내 미래도 밝아졌다.

 

민음사 편집부 신새벽

출간일 2017년 7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