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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가제는 ‘새 소학’이었습니다.

『소학』은 주희가 “아, 어린아이들아! 공경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받아라.(嗟嗟小子, 敬受此書)” 하며 아이들에게 유학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책이지요. 주희가 내용을 다 쓴 것은 아니고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유학 서적 중에 아이들에게 가르칠 만하다 생각한 구절을 모아 편집한 것입니다. 그런데 첫 내용부터 좀 의아스럽습니다.

“『열녀전』에 따르면, 옛날에는 부인이 임신하면 옆으로 눕지 않고 모서리에 앉지 않았으며 짝다리로 서지 않았다. 야릇한 맛이 나는 음식은 먹지 않았고 바르게 썰리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았으며 (……) 이렇게 하면 용모가 단정하고 재주가 남보다 뛰어난 아이를 낳는다.”

『소학』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려는 아이들은 이미 엄마 배 속에서부터 준비되어 있어야 한답니다! 태아 때부터 ‘바르게 바르게’ 자라나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교육하라고 이어 말하지요.

“「내칙」에 따르면, (……) 아이가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면 오른손을 쓰도록 가르치고,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남자아이는 빨리 대답하고 여자아이는 천천히 대답하도록 가르친다. (……) 열 살이 되면 바깥의 스승에게 나아가 바깥에서 거처하고 (……) 여자아이는 열 살이 되면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 밖에도 “임금 앞에서 과일을 하사받았을 때 과일에 씨가 있으면 그 씨를 품속에 간직해야 한다.” “만약 사나운 바람이 불거나 우레가 맹렬하거나 폭우가 내리면 반드시 낯빛을 바꾸어 비록 밤이라도 반드시 일어나 의관을 바로하고 앉는다.” 등등 오늘날의 상황에는 맞지 않거나 필요 없고 이해 가지 않는 내용들이 수두룩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소학』뿐 아니라 『사자소학』, 『동몽선습』, 『격몽요결』과 같은 각종 ‘소학류’ 책들이 어린이 혹은 초학자들을 위한 책으로 손꼽히고 널리 읽히는 실정이지요. 이런 책들에는 ‘지금과는 맞지 않는 내용이 더러 있지만 그래도 되새겨 볼 만한 가르침이 있다’는 변명(?)이 붙어 있기 마련이고요.

그래서 두 아이의 아빠인 저자 공원국이 과감히 나섰습니다. 지금의 아이들, 초학자들이 1000년 전에 쓰인 책을 읽으며 애써 옥석을 가리고 구태여 현재적 의미를 찾게 하느니 새롭게 구성한 ‘소학’을 보여 주는 것이지요. 하여 『나의 첫 한문 공부』가 탄생했습니다. 이 책은 유학에 치우친 『소학』과 달리 사상, 장르, 시대를 불문합니다. 불교․도가․묵가의 글도 있고 역사서나 문학도 있으며 『삼국유사』와 『연려실기술』 등 우리나라의 고전도 있지요. 함께 곁들여진 옛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여담입니다만, 『나의 첫 한문 공부』의 원고는 이미 몇 년 전에 쓰였지만 뒤늦게 민음사와 만나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머리말에도 밝혔듯 ‘두 아들 호민과 지우의 한문 교육을 위해 쓴 사적인 글’에서 시작되었지요. 그런데 의문입니다. 아이는 올해 갓 초등학교에 들어간 여덟 살 꼬마일 뿐이거든요. 이제 막 한글을 배우느라 애쓰고 있다는데 언제쯤 아빠의 진심이 담긴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요? 물음에, 저자는 특유의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합니다. “언젠가는 읽겠지요.”

공원국
연령 8세 이상 | 출간일 2017년 5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