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나도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가난한 집안의 쇠똥구리로 태어난 비스코비츠는 어린 시절, 똥 쟁탈전 중에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게다가 비스코의 어머니는, 그 똥을 빼앗아 달아나는 놈들과 함께 떠나 버린다. 비스코비츠는 악에 받쳐 쇠똥을 모으며 자수성가한다. 모은 쇠똥이 자본이 되어 더 많은 쇠똥이 되고, 그 쇠똥을 보고 모여든 다른 쇠똥구리들은 비스코 아래에서 굽신댄다. 하지만 비스코는 행복하지 않다. 비스코비츠 아버지의 말처럼 “똥은 우리들보다 강”해서 “우리 영혼을 먹어 치”워 버리기 때문이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에는 (개똥밭이 아니라) 쇠똥밭에 뒹구는 쇠똥구리 비스코비츠 외에도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성형수술을 한 꿀벌 비스코비츠, 사슴에게 반한 채식주의자 사자 비스코비츠, 숙주를 사랑한 기생충 비스코비츠, 거세당한 백만장자 돼지 비스코비츠 등이 등장한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유전학 연구소에서 일하던 알레산드로 보파는 “개구리와 쥐를 흥분시켜 알과 정액을 얻어야만 하는” 일에 염증을 느끼고 태국의 섬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를 완성한다. 이 작품을 통해 알레산드로 보파는 자신의 전공인 생물학을 기묘한 우화로 재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이 지닌 본능과 습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동물적 욕망뿐만 아니라 악하고 약하고 모순적인 면을 날카롭게 그려 냈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을 해프닝으로 가득 찬 비스코비츠의 파란만장한 모험담을 읽다 보면 그의 모습이 참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비스코비츠의 삶이 바로 우리들, 인간의 삶을 닮았기 때문일까? 아니다, 비스코비츠의 삶이 인간 삶을 닮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바로 동물이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으며 가만히 비스코비츠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 본다.
“나도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민음사 편집부 박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