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다시 생각한다』 돈 없으면 사랑도 못하는 시대, 돈을 다시 생각하자

 

 

 몇 달 전 원룸에서 아파트로 주거지 ‘업그레이드’를 도모한 적이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 전세 가격에 한 번 놀라고, 집 주인들이 안고 있는 엄청난 빚에 두 번 놀랐다. 일단 부동산에 투자하기만 하면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했기 때문인 걸까. 만만치 않은 대출 이자를 감수하고 빌린 돈으로 집을 사서 나중에 대박을 터뜨리면 된다는 중산층의 욕망을 훔쳐본 느낌이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고들 한다. 돈을 빌릴 능력만 있으면 빚을 져서라도 어딘가에 투자를 해야 부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도 나도 앞 다투어 돈을 빌렸다. 결국 그 결과는? 미국 중산층이 갚지 못한 대출이 연쇄적으로 전 세계인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거대한 경제 위기가 찾아왔을 무렵,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제야말로 돈과 빚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돈이 없으니까 일단 빌리고 봐야 돼.’라는 식으로 돈과 빚에 끌려 다닐 게 아니라, 왜 사람들이 빚이라는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면서까지 돈을 탐하는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마거릿 애트우드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경제 경영 이론이 아니라 19세기 빅토리아조 문학 작품들을 참고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흔히 사랑 이야기로만 알려져 있는 『폭풍의 언덕』이나 『오만과 편견』 같은 소설 안에 돈 문제가 숨어 있다고 봤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폭풍의 언덕』에서 히스클리프는 열렬히 사랑하는 캐서린을 차지하기 위해 돈과 땅을 이용한다. 『오만과 편견』에서 다소 모자라 보이는 빙리나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다시가 베넷 부인에게 환대받는 것은 그들의 연 수입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학 작품들은 자본주의가 발흥하기 시작했던 19세기에 사랑을 차지하려면 경제적으로 풍족해야 했던 사회적 실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21세기가 된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돈이면 만사형통’인 시대인지라 요즘에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빨리 부자 되는 방법에 대한 이론들이 난무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이론들의 공통점은 돈을 잘 빌려서 좋은 곳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제 빚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재의 빚이 미래의 부로 돌아올 거라는 환상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품이 조금씩 걷히고 있는 지금, 부자가 되겠다고 정신없이 빚에 끌려 다니던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마거릿 애트우드가 들려주는 돈과 빚에 대한 이야기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빚 위에 쌓은 부는 언젠가 무너지고 말 모래성이라는 사실, 인생의 진정한 ‘업그레이드’는 빚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진실을 『돈을 다시 생각한다』가 보여 주기 때문이다.

[민음사 편집부 남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