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 스텔라가 시골로 간 까닭은?

 

 

 도시의 소음이 나를 황폐하게 할 때가 있다. 찌뿌둥한 아침, 무표정한 거리의 사람들, 지루한 교통 체증도 마찬가지다. 한숨 돌리기 위해 공원으로 나가 보아도 고작해야 탁구장만 한 잔디밭 위에 빽빽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럴 때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번잡한 일상 속에서 기력을 빨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서울에서건 런던에서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아주 완벽한 하루』의 작가 레이철 커스크의 또 다른 장편『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의 스텔라는 평범한 도시 아가씨들처럼 잘 살아오다가, 갓 시작한 결혼 생활이 불안하게 느껴지자 불현듯 도시를 떠난다. 인생을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질 때, 우리는 주위를 둘러싼 높은 빌딩숲이 아니라 대자연의 푸르름 속에서 정화되어야 한다고 종종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골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도시에서 상상만 하던 전원생활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갓 시골 생활을 시작한 스텔라 역시 매 순간이 기대와 환상이 깨지는 상황과 만난다. 시골에서의 일상도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흘러간다’기보다 ‘들이닥친다’. 먹을 것을 사러 시내까지 걸어갔다 오다가 열병에 걸리고, 산뜻한 마음으로 떠난 산책에서 신발 바닥에 찐득찐득한 타르 덩어리를 잔뜩 묻혀 온다. 오두막 창문으로 들어온 비둘기를 귀신인 줄 알고 주먹으로 때려잡고, 유독 자신을 향해 으르렁 거리는 주인집 개를 쫓으려다 죽여 버린다. 음식만 나오면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습관이나, 면허도 없이 도로를 운전하기, 수영복이 없다고 속옷만 입고 수영장에 뛰어드는 것도 도시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다. 서울로 간 시골쥐는 위험천만한 도시보다는 소박하고 느긋한 시골이 낫다는 교훈을 남겼지만, 도시에서 온 스텔라에게 시골은 결코 소박하지도 느긋하지도 않다. 도시만큼이나 위험천만하고 기상천외한 시골 생활이지만 어쩐지 그런 스텔라의 일상이 부러워지는 건 왜일까?

[민음사 편집부 윤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