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괴수전』 어떤 위대한 작가도 처음에는 ‘○○○’였다

 

 

『변두리 괴수전』으로 ‘불쑥’ 데뷔한 작가 이지월. 우리는 그를 모른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시쳇말로 ‘○○○’이다. 신춘문예나 신인상 등을 통과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등단에 필수 코스라는 문예창작과에 일단 들어는 갔지만 나오지 않았다. 소설에 등장하는 악동들과 같이 학교를 뛰쳐나온 이후, 물밑에서 은거하며 오랜 시간 내공을 쌓아 온 고독한 무사처럼 마음껏 좋아하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글을 쓰던 그는 어느 날, 장편소설 한 편을 편집부 앞으로 보내왔다. 그리고 우리는 이 작품에서 대형 작가의 냄새를 맡았다. 갑자기 눈앞에 숨어 있던 슈퍼 밴드가 나타난 기분이었다. 저, ‘장기하와 얼굴들’처럼 말이다.

이지월의 데뷔작 『변두리 괴수전』은 당연히 ‘모범’ 작품이 아니다. 세상의 변두리 은강 고등학교에서 학원 비리와 기성 사회에 맞서 분연히 일어선 고삐리들의 당돌한 투쟁을 그린 이 ‘변두리 학원 잔혹사’는 무협소설과 성장소설, 학원소설과 사회소설이 진지하면서도 우습게, 영리하면서도 엉뚱하게 범벅되어 있다. 기존의 소설들과 별로 닮지 않았다는 점에서 극도로 불량하지만, 이 작품은 독자들을 확실히 ‘듣도 보도’ 못한 세계로 이끌어 주며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정사정없이 배트를” 휘두르며 학교와 사회의 비리에 맞서 맹렬한 기세로 “끝까지 때”리고 “끝도 없이 패 버리는” 아이들의 전설. 우리가 아직 헤비메탈을 듣고 교복을 줄여 입으며 ‘세상의 적’이고자 했던 시절, 하나쯤 갖고 싶어 했던 바로 그 전설이 아닐까. 불량한 어른아이 이지월의, 질풍노도 학원 잔혹사 『변두리 괴수전』은 불량해서 ‘더’ 맛있는 청량 과자의 맛이다. 불량 문학 만세!

『비명을 찾아서』의 복거일이 그랬고 『경마장 가는 길』의 하일지가 그랬듯, ‘○○상 수상’이 아니라 첫 작품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작가, 그 작가의 반열에 이지월이라는 이 ‘듣도 보도’ 못한 신예의 이름을 자신 있게 ‘강추’하고자 한다.

[민음사 편집부 양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