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나이지리아에는 빵이 열리는 나무가 있다고?

 

 

그동안 내게 아프리카는「아웃 오브 아프리카」와 같은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접한 대로 멀고 먼 신비의 땅일 뿐이었다.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를 편집하면서 나는 처음 아프리카 문학을 접했는데, 그동안 막연하게 알던 것과는 다른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었다.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는 이 작품에서 고국 나이지리아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 이 작품은 나이지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아프리카 인들의 운명을 그리고 있는데, 나는 작품을 읽어 나가면서 가끔 엉뚱하게 작가가 생생하게 묘사해 낸 아프리카 음식들을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주인공 으그우는 손님을 접대할 때 흔히 콜라나무 열매를 내온다. 으그우가 콜라나무 열매를 내올 때마다 주인어른은 그에게 “콜라나무 열매는 영어를 모른답니다, 선생.” 하고 말하고 콜라나무 열매에 이보 말로 은총을 내렸다. (1권 p.39) 콜라나무? 콜라가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는 물론 아니다. 콜라나무 열매는 카페인 함량이 높고 약간 씁쓸한 맛이 난다. 실제로 콜라의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나. 이 작품에서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손님을 맞을 때나 여가 시간, 심지어 장례식장에서도 이 콜라나무 열매를 깨물어 먹으며 즐긴다. 마치 우리가 친구를 만날 때 커피를 즐기는 것과 비슷하다.

으그우의 어머니는 “감자와 카사바 껍질을 까서 으깼으며 쌀알 껍질을 불리(1권 p.29)”며 음식을 만든다. 카사바라는 식물은 뭘까? 카사바는 우리나라의 칡이나 연근처럼 생겼는데, 나이지리아 사람들은 이 카사바라는 식물로 만든 가리를 즐겨 먹는다. 카사바 덩이뿌리의 껍질을 벗겨 으깨고 물기를 쫙 빼서 쪄 먹는, 일종의 감자 샐러드처럼 생긴 음식이다. 가리는 아프리카식 반상에서 우리로 치면 김치와 같은 필수 반찬이다. 소설 속에서 옥수수와 카사바 농장을 지나가는 장면도 나오는 걸 보니, 대량으로 재배하는 모양이다.

“실내에는 빵나무 과일 씨앗을 구운 냄새가 가득” (1권 p.213)할 정도로, 나이지리아에서는 빵나무 열매를 많이 먹는다. 독특하게도 나이지리아에는 빵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도, 쌀로 만든 우유도 있다. 빵나무는 열매를 굽거나 쪄서 익히면 빵 맛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올란나가 모하메드의 집에서 마시는 쌀 우유는 갈색 쌀로 만든, 끈적끈적하고 약간 단맛이 나는 음료이다. 뽀얗고 고소한 쌀뜨물 같은 음료가 마치 우유와 비슷하게 보여서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한다. 소설에 따르면 “입술을 끈적끈적하게 적시고 시원하게 목젖을 타고 흐르는 향긋한 느낌”(1권 p.260)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식혜나 쌀음료를 섞어 놓은 듯한 맛은 아닐까.

그 밖에도 이 소설에는 바나나 잎사귀에 싸서 푸딩처럼 쪄 내는 모이모이, 우리나라의 닭 꼬치와 모양이 비슷한 도마뱀 꼬치 수야 등도 나온다. 대체 무슨 맛일까? 이 작품을 보면서 솔솔 시장기가 느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배가 고파 온다. 오늘 저녁에는 아프리카 음식 요리법을 찾아 볼까나?

* 사진 출처: 위키디피아(http://en.wikipedia.org/)

[민음사 편집부 구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