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의 다양한 색채와 지면 위로 드러난 시퍼렇고 누렇고 벌건 광물들에 도취되어, 황량한 자연의 모습조차 두려울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아무리 보아도 지겨운 줄을 몰랐다.      – 『영혼의 집』 중에서

『영혼의 집』, 『파울라』, 『운명의 딸』 등을 지은,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여성 작가 이사벨 아옌데가 최근 고향 칠레에 대한 애정을 담아 한 통의 편지를 보내 왔다. 어려서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커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모국을 떠나 라틴 아메리카 곳곳을 살아온 그녀이지만, 작품 속에는 모국에 대한 진한 애정과 칠레의 역사를 일구어 낸 사람들에 대한 자부심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원초적 대자연의 보고인 안데스 산맥, 자유를 향한 민중의 의지를 보여준 칠레 전투, 최근에는 와인과 포도로 다시금 익숙해진 칠레는 우리에게 멀면서도 가까운 나라다. 지난 2월, 아이티 대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다시 수많은 목숨과 건물과 도시를 파괴한 대지진이 칠레에서 발생했다. 아직 피해 규모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사망자 수는 매일매일 늘어 가는 끝나지 않은 재앙이다. 하지만 불모의 땅에서 역동적인 역사를 개척해 온 민족답게 칠레 시민들은 슬픔을 추스르고 빠르게 복구 사업을 시작했고, 칠레를 사랑하고, 동시대의 고통을 분담하려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아옌데도 편지를 통해 우리에게 칠레 지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뜻깊은 제안을 한다. 그녀는 칠레 지진 복구사업을 지원하는 단체 ‘칠레 아유다 아 칠레’(Chile ayuda a Chile)를 소개하며, 칠레의 여러 유명인사들과 함께 산티아고의 티에트로 텔레톤 방송을 통해 이틀간 전화 모금 릴레이 방송을 했고, 아옌데 자신도 5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한다. ‘칠레 아유다 아 칠레’는 홈페이지(http://www.chileayudaachile.cl/)를 통해 계속해서 모금을 받고 있는데, 현재 목표액을 두 배 정도 달성한 상태고, 관련 트위터(http://twitter.com/Teleton_Chile)에도 꾸준히 세계인들이 발걸음을 남기고 있다. 아옌데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세계 여성 재단’(http://www.globalfundforwomen.org/)에서 마련한 빈곤 여성을 위한 “재난 기금”에 지속적으로 기부할 것을 또한 약속했다고 한다.

제3세계, 유색인, 여성 등 역사적으로 소외받고 억압받는 이들의 삶을 문학 속에서 녹여낸 아옌데, 그녀는 자신이 문학에서 추구해 온 가치를 작품 속에서만 누리지 않고 지금, 여기의 세상 속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진정한 작가이다.

[민음사 편집부 윤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