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별을 따다 하늘에서 달을 따다 두 손에 담아 드려요. 아름다운 날들이여 사랑스런 눈동자여 오오오 오란씨.” 한국 광고 음악 역사상 최고의 히트 곡은 바로 이 오란씨와 “자꾸만 손이 가는” 새우깡, 그리고 “살짜쿵 데이트”하며 먹는 부라보콘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란씨와 새우깡은 「조개 껍질 묶어」, 「하얀 손수건」 등으로 유명한 가수 윤형주가 작곡했고, 오란씨와 부라보콘은 연극배우 윤석화가 불렀다는 점.

우리의 향수와 추억을 자극하는 과일향 청량음료, 국민가요라 할 만큼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 온 노래, 오란씨가 소설로 돌아왔으니,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오란씨」로 등단하여 새로운 리얼리즘의 부활을 예고하며 문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아 온 배지영의 첫 번째 소설집 『오란씨』가 출간되었다.

새콤달콤한 제목, 상큼한 표지 이미지와는 달리 책 속에는 정반대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88서울올림픽을 배경으로 서울 변두리 지역 공중변소를 둘러싼 밑바닥 인생을 그린 이 소설은 “오렌지 맛만 내는 환타와는 달랐다. 환타처럼 오렌지 맛을 내면서도 파인 향이나 애플 향이 났다.”라는 말처럼 향과 맛이 서로 다른 오란씨의 묘한 맛과 닮아 있다. 오란씨는 주인공 형제의 꿈인 설희이기도 하고,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이 마른” 희망, 인간의 헛된 환상이기도 하고, 추구하는 삶과 누추한 현실 사이의 간극이 있는 인생을 상징하기도 한다.

신예다운 참신함과 신예답지 않은 성찰의 깊이가 매혹적으로 뒤섞인, 새로운 리얼리즘의 탄생, 한국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배지영은, 한국 문단의 상큼한 청량제, 오란씨다. 오란씨가 국민가요를 넘어 국민소설이 되는 그날까지, 오란씨 포에버!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

배지영
출간일 2010년 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