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그녀는 왜 고양이가 되었을까?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에 진짜 고양이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고양이 같은 여인이 등장해 자신이 갈구하는 것을 얻기 위해 쉼 없이 야옹댄다. cat이라는 영어 단어는 고양이 외에도 뒷말이 많고 심술궂은 여자를 가리키는 속어로 쓰인다. 윌리엄스는 고양이와 여자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뜨거운 양철 지붕이라는 공간을 더했다. 그녀는 어쩌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에 올라앉은 고양이가 되었을까?
여주인공 매기는 들고양이처럼 자기 욕망 앞에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어떤 남자라도 반할 만큼 매력적인 그녀지만, 매기의 억측 때문에 소중한 친구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남편 브릭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매기는 그런 브릭 앞에서 발정이 나 바닥을 긁어 대는 암고양이가 되어 버린다. 죽음을 앞둔 시아버지 폴리트의 예순다섯 번째 생일, 아이들을 줄줄이 달고 온 형 구퍼 내외는 브릭과 매기 사이에 아이가 없음을 사사건건 문제 삼으며 유산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인다. 구퍼 내외의 수를 간파한 매기는 유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임신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다. 1막 내내 목석같은 브릭을 구슬리기 위해 화내고, 유혹하고, 눈물도 흘리며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매기는 천성적으로 남부의 열정과 쾌활함을 지닌 여인이다. 그런 그녀라면 욕망과 불안으로 달궈진 양철 지붕에서 내려와 자신을 원하는 남자에게 갈 법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브릭은 끝내 믿지 않지만, 매기 자신도 가난이 싫어서라고 이야기하지만, 은연중 내비치는 그녀의 진심에는 욕망의 옷을 입은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매기라는 인물이 그저 물욕에 사로잡혀 남편을 닦달하는 여인이었다면, 그토록 많은 관객들이 그녀에게 공감하고 매료되지 않았을 것이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진심을 숨기고 달뜬 욕망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매기는 수많은 여배우들의 도전 과제가 되었다. 또한 세기의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영화에서 매기로 분해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큼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양이가 갖고 있던 심술궂고 말 많은 여자의 이미지가 매력적인 여자의 이미지로 바뀌게 된 데는 어쩌면「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속 매기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민음사 편집부 우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