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신’ 김연아의 활약은 물론, 영화와 TV 프로그램으로 주목 받은 스키 점프와 봅슬레이의 감동 승부까지, 기대 가득한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캐나다 북부의 이뉴잇족이 이정표로 세운 돌무지 이뉵수크를 형상화해 로고로 삼았다고 한다.
단단한 팔뚝에 튼튼한 다리를 가진 ‘사람 돌’ 이뉵수크는 『여자는 힘이 세다』의 첫 주인공 세르메르수아크를 생각나게 한다. 세르메르수아크는 세 손가락으로 카약을 들고 맨주먹으로 물개를 때려잡는 힘센 여성이었고 게다가 ‘그곳’의 크기가 너무 커서 여우 한 마리의 가죽으로도 다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옛이야기답게 말도 안 되는 과장으로 웃음을 주지만, 남자들이 사냥을 떠나고 나면 결코 호락하지 않은 자연환경 속에 남아 터전을 지켜내야 했던 여자들의 외로움과 슬픔이 남자보다 강한 여자, 혈기 왕성한 여자라는 ‘야한’ 익살로 표출된 것은 아닐까 싶다. 다른 나라 이야기들보다 짧고 투박한 이뉴잇 이야기가 더욱 기억에 남는 건, 험한 북극 벌판에 굳건히 서 있는 이뉵수크처럼 우직하게 살아간 여성들의 삶이 느껴져서인지도 모른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이뉵수크를 로고로 삼은 뜻은 그것이 선의와 우정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우직함’을 추가해도 좋을 듯하다. 아무도 봐 주지 않아도 외로움을 이기고 자리를 지켜 왔던 선수들의 모습이 힘센 이뉴잇 여자들, 팔 벌리고 우뚝 선 이뉵수크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민음사 편집부 신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