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이것이 비트(beat)다.

 

 

제임스 딘의 이맛살과 「이유 없는 반항」, 찰리 파커와 비밥 재즈, 비틀즈와 밥 딜런,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 리바이스 청바지와 에스프레소 기계, 17대 1이라는 싸움의 전설을 낳은 허영만 원작의 우리 영화 「비트」까지. 무규칙한 나열로 보이는 이들을 하나로 묶는 문화 코드가 비트(beat)다. 잭 케루악이 스스로를 지칭하며 사용한 이 말은 그의 소설 『길 위에서』를 통해 널리 확산되면서 세계적인 문화 혁명이 되었다.
‘beaten down’, 즉 ‘패배한, 짓밟힌, 기진맥진한, 녹초가 된’ 등의 의미로 사용된 비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수 산업으로 경제적 안정을 찾은 미국 사회의 부패와 냉전의 도래로 획일화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절망하던 청년 세대들을 상징한다. 잭 케루악을 중심으로 한 이들 비트 세대는 허식적이고 억압적인 제도권에 반기를 들고 기존의 모든 가치 체계를 부정하며, 동양의 신비주의, 낭송 문학, 재즈, 약물, 동성애 등의 특징적인 비주류 문화 코드를 통해 반문화 공동체를 형성한다.
케루악은 40미터 길이의 두루마리 길 위에 구두점이나 여백, 단락 나눔도 없이 새로운 언어 구조로 써 내려간 『길 위에서』를 통해 ‘비트의 제왕’이라 불리게 되었다. 가식과 허위가 없는 빈민층의 생생한 어법, 재즈의 돌발적이고 불규칙한 리듬을 고스란히 담은 문체, 술과 사랑에 취해 비틀거리는 광기와 환희의 감성. 『길 위에서』는 고답적인 기존의 문학적 한계에서 해방된 전혀 새로운 문학 형태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음지 문화와 비주류, 억압된 사회로부터 소외된 모든 인간을 향한 무한한 애정과 열정 그리고 목적 없는 길 위의 여정 자체에서 느끼는 순진한 기쁨으로 비트 세대의 한계로 지적되는 허무주의와 냉소주의마저 감싸 안는다.
“요컨대, 물질화되고 획일화된 사회의 권태와 관습, 권위와 억압에 ‘짓밟힌(beat)’ 젊은이들이 허위와 부패의 틀에서 벗어나 자아의 진실한 심장 ‘박동(beat)’에 귀를 기울이며 길 위에서 ‘행복에 빛나는(beat-ific)’ 진짜 삶을 찾는 것, 이것이 비트(beat)다.” 케루악이 『길 위에서』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민음사 편집부 우진영]

잭 케루악 | 옮김 이만식
출간일 2009년 10월 23일
잭 케루악 | 옮김 이만식
출간일 2009년 10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