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그런데, 고래도 아니고, 춤추는 목욕탕이라니. 이쯤 되면 가히 블록버스터급 스케일이다. 목욕탕‘이’ 춤을 춘다는 거야, 목욕탕‘에서’ 춤을 춘다는 거야? 전자라면 SF이고, 후자라면 코미디겠지만, 이 소설에는 온통 신산한 상처투성이 여자들뿐이다. 세상에 절반이 여자라지만, 김지현의 소설에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온통 여자들만 사는 세상 같다. 여자의 적이 여자라면, 김지현의 소설은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게다가 그녀의 여자들은 좀, 다르다. 청순가련하고 약하디약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원초적 욕망을 발산하는, 본능에 충실한 야성적 여자들이 도처에 등장한다. 소설 속 인물들의 현실은 하나같이 고통스럽고 과거는 상처투성이지만, 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꿈틀거린다. 작가는 첫 장편소설 『춤추는 목욕탕』에서 도발적이고 대담한 언어로 ‘여성’과 ‘몸’이라는 키워드를 집요하게 몰아붙인다.
이 소설은 남편이자 아들이자 사위인 한 남자의 죽음으로 인한 세 여자의 상실과 고통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고통을 아프게 드러내기보다는, 세 여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그리고 함께 살을 맞대며 슬픔을 견뎌 내는 과정을 감각적인 언어로 경쾌하고 명랑하게 그려 냈다.
강남소설이다 칙릿이다 해서 또래 작가들의 작품 속 여자들이 쿨하고 시크하게 월풀 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하는 이 판국에, 어쩌자고 김지현의 여자들은 목욕탕에 모여 때를 밀고 앉았는가. 어지간히 끈질기게도 청승에 궁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참, 남 얘기 같지 않다는 말이다.
목욕탕은 상처 받은 모든 이들을 위해 작가 김지현이 마련한 소통과 치유의 공간이다.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발가벗은 ‘몸뚱이’만으로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 솔직하고 평등한 공간으로, 그곳에서는 몸을 씻겨 주는 자와 씻는 자 사이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자신의 본래 모습에 다가간다. 슥슥 삭삭 “살이 살을 만나는 소리, 살이 살을 배려하는 소리, 살이 살을 이해하는 소리”를 통해, 상처라는 때를 벗고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깨어 있는 한 매 순간 사랑과 소통을 고민해야 한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상처 받은 몸뚱이들이 한데 모여 발가벗고 춤추게 하는 힘, 쿵쿵쾅쾅 심장이 뛰는 소리, 뜨거운 피가 흐르는 소리, 그렇게 자신의 생의 리듬에 맞춰 춤추게 하는 힘, 그렇게 살아가게 하는 힘, 늘 그렇듯, 닳고 닳은, 진부하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은밀한 속살, 그 내면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