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 전체가 한 문단으로 이루어진 소설이 있을까?

 

 

전체가 한 문단으로 이루어진 소설이 있을까? 있다. 바로 환상 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쓴 『족장의 가을』이다. 마르케스의 작품을 읽으면 끝없는 문단을 구성하고 싶은 욕망과 싸우는 작가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백년의 고독』 첫 문단은 한 쪽 반이나 계속되는데, 다른 작가라면 자연스럽게 문단을 바꿨을 만한 부분도 열 번 가까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백년의 고독』을 쓰면서 서술상 필요한 경우에만 내키지 않는 듯이 문단을 나누었다.

마르케스는 『족장의 가을』에서 끝없는 문단을 구성하고 싶다는 충동에 마침내 굴복하고 만다. 소설이 끝날 때까지 문단을 나누지 않은 것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 마르케스에게 전통적인 문단 나누기를 권유하는 일 따위는 감히 시도할 수 없으리라는 인상을 받는다. 마르케스는 왜 그토록 긴 문단을 고집했을까? 소설가에게 문단 나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면 이 질문에도 쉽게 답할 수 있다. 추리소설가 렉스 스타우트는 자신이 만들어 낸 사립 탐정 네로 울프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영리한 사람은 문체를 성공적으로 위장할 수 있지만 오직 한 가지 요소만은 감추지 못한다. 바로 문단 나누기이다. (……) 문단 나누기는 본능에서, 개성의 깊숙한 곳으로부터 나온다. 언어의 유사성, 심지어 구두점의 유사성까지도 우연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기는 하지만 있다고 인정하겠다. 그러나 문단 나누기는 아니다.”

마르케스의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문단을 나누는 패턴만으로도 마르케스의 작품을 알아볼지 모른다. 프랜신 프로즈는 『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 문단은 소설가의 DNA와 같다고 썼다. 범죄 현장에 남은 지문처럼, 문단은 작가들의 고유한 개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는 소설가 100여 명의 작품을 인용해 단어, 문장, 문단, 화법, 인물, 대화, 세부 묘사, 제스처 등 소설 창작에 도움이 되는 세밀한 기법들을 살핀 소설 창작 안내서이다. 그런 책이니 만큼 프로즈의 이 말은,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마치 DNA와도 같은 고유한 자신만의 문단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민음사 편집부 박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