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가 매력적이었던 율 브리너 주연의 영화 「대장 부리바」를 기억하시는지. 그런 옛날 영화 난 모른다 하는 독자라도 『대장 불리바』라는 책은 한 번쯤 읽어 보았거나 적어도 제목은 들어봤으리라. 앞서 말한 영화의 원작이자 많은 사람들이 ‘고골리’의 『대장 불리바』로 알고 있는 ‘고골’의 『타라스 불바』가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고골이냐 고골리냐 불(부)리바냐 불바냐, 책 읽기에 앞서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자. 도대체 ‘누가’ 쓴 ‘뭣’이라고?

러시아 원어로 표기했을 때, 고골은 Гоголь(Gogol’), 불바는 Ъульба(Bulba’)가 된다. 두 단어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ь(‘)가 연음부호라는 것인데, 이를 모음 ‘-l’로 읽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 연음부호는 묵음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고골리가 아니라 고골로, 불(부)리바가 아니라 불바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 

또한 『타라스 불바』가 『대장 불리바』로 번역되었던 까닭에 러시아 문학 전공자들까지도 ‘타라스’에 ‘대장’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착각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타라스는 인물의 이름, 불바는 인물의 성(姓)이다. ‘불안한, 반란자, 혼란’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타라스라는 이름은 고집 세고 활동적이고 직선적이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지만 ‘대장’의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그렇게 통용되었던 탓에 고골보다는 고골리, 타라스 불바보다는 대장 불(부)리바가 친숙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소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지더라도 오역은 바로잡고 원뜻은 제대로 밝혀 주는 것이 독자들에게 고전의 가치를 온전히 전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민음사 편집부 우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