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징코 기술자였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화로 실어증, 어머니의 호스테스 생활, 별거, 자살기도, 퇴학 등으로 힘들고 비정상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던 유미리는 학교에 다니면서 특별한 문학수업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가벼운 자폐증을 보일 정도로 온통 동물 기르기, 책 읽기 등 혼자 하는 취미에만 빠져 있었던 그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도록 구구단조차 잘 외우지 못했다. 그러나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집안으로 시집가기를 간절히 원하던 어머니의 덕분으로 명문 중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결국 고등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 퇴학 후 집에서 2년여 동안 칩거하면서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빠졌다. 읽으면서 좋은 문장이 있으면 노트에 옮겨 적는 일을 반복했는데 도스토예스프키의 『죄와 벌』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옮겨 적기도 했다.
그의 작품 주인공들은 대부분 재일동포들이지만, 재일동포 문제를 다룬 작품을 쓰는 것은 아니다. 출신이 한국일 뿐, 보편적 인간으로서, 혹은 일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느끼는 인간적, 실존적 문제들이 그가 추구하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 귀화할 생각도,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도쿄 시내 시부야에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전화는 절대로 받지 않고 외부와의 연락은 팩스가 대신하고 있다. 그는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지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일생 혼자이고 싶으며, 소설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해왔으나 2000년 미혼모로 아들을 낳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2년 3월 마라토너였던 외할아버지의 운명을 좇아 ‘동아 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 42.195킬로미터를 4시간 54분 22초라는 극적인 시간대에 완주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 동시 연재소설(동아일보-아사히 신문) 「8월의 저편」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