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후밀 프라발(Bohumil Hrabal, 1914~1997)
보후밀 흐라발은 밀란 쿤데라, 카렐 차페크, 야로슬라프 하셰크와 더불어 20세기 체코 대표 작가다. 체코어로 작품을 쓴 소설가로서는 체코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작가다. 체코의 브르노에서 태어나 프라하 카렐대학교 법학과에 들어갔다. 나치 점령 시기에 학교가 폐쇄되어 기차역 배차원으로 근무하였는데, 이때 경험이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에 반영되었다. 전후 아방가르드 문학을 이끌며 ‘체코 포에티즘’과 초현실주의를 탐구한 「네오포에티즘 선언문」을 작성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정권의 예술 강령과 충돌하자 그의 작품들은 지하 문학 단체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미 체코 대표 작가가 되었는데도 정식 출판은 1960년대에 이뤄져서 『바닥 위의 진주』, 『이야기꾼들(파비텔레)』 등을 출간했다. 『성인과 중급자를 위한 댄스 레슨』은 소설 전체가 한 문장으로 구성돼 있는 실험적인 소설이다. 『영국 왕을 모셨지』, 『너무 시끄러운 고독』 등 1970~1980년대에 그의 작품들은 국내 검열된 판본, 지하 출판된 판본, 그리고 해외 판본 등으로 출간되었고, 작가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더욱 알려졌다. 결국 사이페르트 상(1993)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으며, 1996년에는 당시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에게 공로훈장을 받는다.
흐라발은 특히 프란츠 카프카, 브루노 슐츠, 야로슬라프 하셰크, 제임스 조이스, 안톤 체호프 등을 탐독했다.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300만 부가 팔렸으며 ‘가장 중요한 현대 작가’의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로 만들어진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는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1967), 『영국 왕을 모셨지』는 체코영화제 사자상(2006), 베를린영화제 국제평론가상(2007)을 수상했다. 1997년 병원에 입원 중일 때 창문에서 떨어져 죽었는데 사망 원인은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