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구치 이치요는 일본 근대 여성 문학의 선구자이자 여성 서사의 신경지를 개척한 인물이다. 2004년 일본 5000엔권의 도안으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았다. 본명은 나쓰(奈津), 1872년 도쿄에서 하급 관리의 딸로 태어났다. 유년에는 중산층 가정에서 고전 문학을 접하는 등 비교적 모자람 없이 배우며 자랐으나, 큰오빠를 폐결핵으로 잃고,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마저 병몰하며, 방년 18세에 파산과 동시에 파혼을 당한다. 이에 일가 호주로서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소설을 써 돈을 벌기로 결심하는데, 이는 지인의 성공 사례에서 동기를 얻은 것이었다. 1892년 「어둠 진 벚꽃」으로 문단에 등장한 이래 「파묻힌 나무」로 호평을 얻지만 생활고는 여전했다. 급기야 요시와라 유곽 근처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가운데 「꽃 속에 잠겨」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집필에 매진하기 위해 폐업한 이후 ‘기적의 14개월’이라 불리는 기간 동안 「섣달그믐」, 「가는 구름」, 「도랑창」, 「십삼야」, 「키 재기」 등 수작을 완성한다. 「배반의 보랏빛」으로 문학적 전기를 꾀한 듯하나 「바다대벌레」에 모티프를 제공하고 미완에 머물렀다. 1896년 11월, 25세에 폐결핵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