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소감 – 황인찬 「구관조 씻기기」

1988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201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했다. 현재 ‘는’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불가능에 대한 시의 지극한 애호가 간혹 버거웠다. 시의 불가능이 삶의 가능을 인준한다며 자족하는 소박함이 자주 부끄러웠다. 그의 이름 앞에서 나의 게으름을 변명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므로 나는 고백한다. 나는 두려워했다. 시가 삶을 집어삼키는 것을. 그리고 삶이 시를 집어삼키는 것을. 그 결과 충분히 치열하지도 충분히 비열하지도 못하게 어정쩡한 포즈만 취한 채로 사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어떠한 종류의 강령도 따르고 싶지 않았다. 삶의 강령은 물론이고 시의 강령조차 그랬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 어떤 것은 어떠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언제나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시 쓰는 일이 갈수록 어려웠고, 그래도 계속 시를 썼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어떤 강령이든 그것과 비껴가는 방식으로 써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강령을 의심하면서, 내 의심조차 의심하면서, 이러한 내 꼴이 너무나 부끄럽지만 그러한 부끄러움조차 무릅쓰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백지가 되거나 백치가 되는 방식으로. 그러나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조차 버린 채로,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지 않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생각하면서

천천히 둘러보겠다. 더욱 천천히 둘러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