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오늘의 작가상] 당선 소감 – 최민석 『능력자』

1977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2010년 단편소설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창작과비평》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이번 소설은 전적으로 나를 위해 쓴 것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아울러 나의 취향이 다소 기괴한 탓에, 전적으로 내 취향으로만 써진 이 소설이 하나의 온전한 문학작품으로 기능하기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전적으로 나의 탓이다.

그럼에도 이 부족한 소설을 당선작으로 선정해 준 심사위원들과 출판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민음사 편집부에 감사를 넘어, 사죄라도 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드라마 제목 같지만, 심정은 이렇다. ‘미안하다, 고맙다.’

이 소설은 은퇴한 복서가 미치광이로 살아가는 이야기다. 실제로 나는 은퇴한 한 명의 복서를 만났다. 전 세계 챔피언이었고, 그의 삶은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러한 측면에서김환진 전 세계 챔피언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아울러 이 소설에 영감을 준 두 번째 인물은 나 자신이다. 작년 중후반 삶의 나락으로 추락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질퍽했던 경험들이 이 소설의 큰 동인이 됐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당시의 나는 삶의 비극 속에 있었지만, 뒤돌아보니 결국 하나의 희극으로 완성되었다. 늪의 시간 동안 웃음을 잃지 않았던 자신에게도 감사와 위로를 건넨다.

끝으로 부족한 자식을 위해 응원하고 기도해 준 가족과 친지, 친구들, 늪의 시간 속에서 함께 음악을 해 준 ‘6・70년대 지방캠퍼스 록밴드 — 시와 바람’ 멤버들, 2년간 집필 공간을 제공해 주신 ‘커피 발전소’ 성준모 사장님께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이들 중 어느 누구라도 없었더라면, 나의 비극은 희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의 문학 144호]

최민석
출간일 2012년 10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