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내렸다. 다시 버스로 8시간을 달렸다. 애리조나주의 세도나. 옛날 인디언이 살던 때부터 ‘영적인 기운이 강한 땅’으로 알려진 곳이다. 거기서 국내에도 출간된 『호모 스피리투스』『내 안의 참나를 만나다』(판미동) 등의 저자인 데이비드 호킨스(81) 박사를 만났다. 마침 한국에서 건너간 열혈독자 그룹 70여 명에게 호킨스 박사가 직접 강연도 했다. 정신과 의사 출신이자 저명한 영성가인 호킨스 박사에게 ‘에고(ego)와 명상, 그리고 깨달음’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언어로 답을 했다.
-명상(Meditation)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진다. 명상이란 한마디로 뭔가.
“자신의 존재를 각성하는 과정이다. 나라는 존재의 근원은 무엇인가에 대해 깨쳐가는 과정이다.”
-서구에도 명상 바람이 분다. 명상은 동양문화의 산물이지 않나.
“그렇지 않다. 명상은 인도의 힌두문화에도 있었다. 미국 인디언도 자신의 이름을 얻기 위해 숲 속으로 가 며칠씩 머물며 계시를 받기도 했다. 또 광야와 기도, 예수의 피 흘림 등 그리스도교 영성에도 명상이 있다. 명상은 동서양, 모든 문화의 산물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질이 신의 본질에 닿아있기 때문인가.
“그렇다. 명상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건 인간 의식이 성장해가는 자연스런 과정의 일부라고 본다.”
-세상에는 여러 명상단체가 있다. 어떤 곳은 스승에 대한 신격화·우상화 등 엉뚱한 곳으로 이끌기도 한다.
“맞다. 어떤 단체는 상업화했다. ‘옴무리아 부뿌’하는 식의 비밀스런 진언을 가르쳐 주겠다며 500달러를 내라고도 한다. 그건 아니다. 붓다와 예수가 어떤 방식으로 가르침을 폈는가를 보라.”
-붓다도, 예수도 에고와의 싸움을 벌였다. 당신도 에고와의 싸움을 말한다. 에고란 정확하게 뭔가.
“셀프 나르시시즘(Self Narcissism)이다. 자기애(自己愛)다. 그건 이기심이고 자신에게 집중된 관심이다. 이러한 것은 동물의 본성이다. 동물은 자신의 생존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러다 동물이 진화하고 성숙해지면 가족의 생존에, 나중에는 종(種)의 생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나에 대한 사랑과 에고에 대한 사랑을 동일시한다. 에고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나.
“에고는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다. 어린아이는 유치하다. 그래서 우리는 에고를 유치한 어린애처럼 다루어야 한다.”
-어린애처럼 다룬다는 건.
“어렸을 때 내겐 ‘가가’라는 장난감이 있었다. 나는 손가락 빠는 걸 그만 두고 가가를 가지고 놀았다. 하루는 차를 타고 가다가 가가를 창 밖으로 떨어뜨렸다.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가가를 되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차를 돌리지 않았다. 가가를 포기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에고는 가가와 같은 거다. 때가 되면 우리는 그걸 포기해야 한다.”
-에고를 어린애처럼 다루면 어찌 되나. 갈수록 다루기가 더 쉬워지나.
“그렇다. 에고는 우리 안에 내재한 동물 본성이다. 우리 안에는 아이도 있고, 어른도 있고, 부모도 있다. ‘내 안의 아이’가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내 안의 부모’를 통해 컨트롤하면 된다. 에고를 어린애처럼 다루면 에고의 힘이 점점 약해진다.”
-사람들은 에고가 사라지는 걸 두려워한다. 사라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여긴다. 에고의 너머에 무엇이 있나.
“모든 걸 신에게 내맡겨야 한다. 하나도 남김없이 말이다. 그럼 깨달음의 상태가 존재한다. 깨달음은 성취하는 게 아니다. 단지 깨닫지 못한 상태를 멈추는 것만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나’는 내가 걱정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신께서 걱정해야 할 대상이 된다.”
-에고는 착각이나 오해의 산물인가. 그 착각이 빚어낸 습관의 산물인가.
“아니다. 에고는 환상이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에고는 꽤 리얼하다. 에고는 늘 ‘단물’을 빤다. 삶의 기쁨을 통해서도, 삶의 고통을 통해서도 단물을 빤다. 그걸 통해 자신(에고)의 존재감을 키운다. 그런 식으로 에고는 늘 ‘쿠키’를 찾는다. ‘내 쿠키가 어딨지? 내 쿠키가 어딨지?’ 왜냐하면 에고는 사라지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게 친절 하라고 말한다. 왜 그런가.
“모든 생명은 신성(Divinity)의 표현이다. 여기 이 책상에도, 저 칠판에도 신성이 있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다. 궁극적 실상은 모든 존재를 포함하는 신의 마음이다.”
-당신은 마더 테레사가 신의 현존을 체험한 인물이라고 했다. 그런데 테레사 수녀는 죽기 전에 쓴 편지에서 자신과 신, 그 사이의 간격에 대해 절규했다. 설명이 필요하다.
“맞다. 그랬다. 마치 퍼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마더 테레사는 비공개를 전제로 그 편지를 보냈다. 왜냐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의식의 수준에 따라 질문의 깊이도 달라진다. 마더 테레사는 예수님을 아주 실질적인 현존으로 경험한 사람이다. 그는 그런 현존의 경험이 지속되길 바랬던 거다. 마더 테레사의 의심도 거기서 나오는 의심이다. 영으로 존재하는 예수님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기보다 ‘현존의 체험’에 묶이고 만 거다. 그러니 마더 테레사의 의심은 차원이 다른 의심이다. 그런데 약속을 깨뜨리고 가톨릭 교회에서 편지를 공개하고 말았다. 그건 교회의 실수였다. 그리스도교를 반대하는 이들이 마더 테레사의 편지를 그리스도교를 공격하는데 사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신에게 다가가는 빠른 길은 뭔가.
"그건 아쉬람(수행 센터)에서 다리를 꼬고 앉는 방식은 아니다. 그보다 빠른 길은 모든 이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모든 걸 용서하고, 모든 걸 수용하는 일이다.”
-한국의 독자에게 한마디 해달라.
“마음의 평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영적 진화는 자기중심성을 내맡기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게 에고와의 싸움이다. 예수님도 겟세마네 동산에서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신을 향해 내맡기는 거다. 그게 바로 영적 진화를 위한 실천법이다.”
세도나(미국) 글·사진=백성호 기자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1928년생. 미국의 저명한 영성가다. 최근에는 미국의 내로라하는 기업의 중역들이 와서 그의 강연을 들었다. 그의 저서 『의식혁명』을 읽고 마더 테레사는 “신성하고 아름다운 선물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에고를 초월하는 방법론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출처 : 중앙일보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저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