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8일, 2009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백 개의 옥수수 알」의 작가 헤르타 뮐러가 선정되었습니다.
한림원은 “뮐러가 저지대’ 등 자신의 문학작품을 통해 서정성과 솔직함을 토대로 소외된
계층의 현실을 묘사했다” 면서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헤르타 뮐러의 노벨상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책그림책』수록「백 개의 옥수수 알」전문
아버지는 호주머니 칼에서 사다리를 꺼내 폈다…
“오늘은 내가 이길 테니, 봐”
그렇다,손님이 왔을 때 종종 그러는 것처럼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 일어서지 않고 잠시 동안 식탁에 함께 앉아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그저 그렇게 있었다. 남자들 즉 나의 아버지,나의 할아버지,나의 삼촌은 담배를 피웠다. 여자들 즉 나의 의붓어머니,나의 할머니,나의 숙모는 흩어진 빵 부스러기와 설탕을 손가락 끝으로 식탁에서 쓸어담아 깨끗이 핥아먹었다. 나도 소녀였으므로 마찬가지로 그랬다. 나의 남동생은 아직 소년이고 어른이 아니었으므로 담배를 피울 수 없었다. 그는 우리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기어다니고 있는 개미들을 이쪽 팔꿈치와 저쪽 팔꿈치로 장난을 치면서 가지고 놀았다.
그러다가 삼촌이 시계를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카드놀이나 하는 게 어때요’ 그들은 백 개의 옥수수 알을 가지고 카드놀이를 했고,그 낟알들이 다 떨어지면 돈을 다 잃은 셈이었다. 그러면 삼촌은 상의 호주머니에서 옥수수 알들이 들어 있는 자그마한 주머니를 꺼냈다. 할아버지는 옷장으로 가서 작은 깡통을 가져 와 그것을 흔들었고,그러면 딸그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버지는 호주머니 칼에서 찰칵 소리를 내며 사다리를 꺼내어 폈다.* 그러고는 그것을 방의 벽에다 걸쳐놓았고,모자를 쓰고는 제일 높은 디딤판에까지 올라갔다. 거기서 천장 너머로 머리를 내밀고는 멀리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이길 테니,봐’ 나의 남동생은 울기 시작했다.
민음사 『책그림책』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