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이후 20세기 후반기의 프랑스 시단을 대표하는 이브 본푸아는 보들레르로부터 랭보로 이어지는 시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시인이다. 1923년 투르에서 기관차 기계공인 부친과 교사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푸아티에대학교에서 수학을, 소르본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였다. 청년 본푸아를 문학으로 이끌었던 브르통의 초현실주의와 결별한 후 1953년 첫 시집 『움직이는 말, 머무르는 몸』을 출간하였다. 삶의 도처에 스며있는 죽음이라는 불안한 주제, 신중하지만 개방적이며 단순하면서도 암시적인 문체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주지적이지만 돌연 보편적 진정성을 보여 주는 본푸아의 시는 허약한 인간 존재의 현존을 탄탄한 언어로 육화해 내고 있다. 한편 조형예술의 형태 묘사에 관해 조예가 깊은 그는 미술평론가로서도 활약하였는데, 이미지의 통일감과 시 언어의 관계에 천착하였다. 1981년에 교수로 취임한 명문 콜레주드프랑스에서도 시적 기능의 비교연구 강좌를 담당하였다. 70세에 대학에서 은퇴한 그는 여전히 현대 프랑스문학의 살아 있는 거장으로 왕성한 문필 활동을 이어가다 2016년에 영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