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니드 치프킨 뒤로

1926년 구소련의 민스크에서 유대계 러시아인 의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 당시 갖은 고초를 겪었다. 아버지인 보리스 치프킨은 경찰에 체포되었고, 할머니와 사촌 둘은 목숨을 잃었다. 보리스 치프킨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아내와 당시 열한 살이었던 아들 레오니드 치프킨을 데리고 기적적으로 민스크를 탈출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나자 레오니드 치프킨은 민스크로 돌아와 학업을 계속했으며, 이후 부모와 마찬가지로 의사이자 의학 연구자로서 평생을 보낸다. 그러나 1950년 스탈린의 반유대 정책이 시작되고 학살이 자행되자 그의 가족들은 또다시 도망 길에 오르게 되고, 1957년에야 모스크바에서 거주 승인을 받아 그곳에 머문다.
1977년 레오니드 치프킨의 아들 부부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이로 인해 치프킨은 당시 일하던 연구소에서 직위를 강등당한다. 그와 그의 가족은 1979년과 1981년 두 번에 걸쳐 이민 비자를 신청하지만 결국 발급받지 못하고, 1982년 치프킨은 모스크바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바덴바덴에서의 여름』은 1977년 집필을 시작하여 1980년에 완성한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소비에트 러시아에서 출판되지 못하고 1982년 미국의 한 잡지에 실렸으며, 치프킨이 죽은 지 20년이 지나서야 출판되었다. 치프킨은 소비에트라는 유토피아를 떠나려 한 ‘불순한 행동’으로 인해 비자 발급을 기각당하던 시절에 이 작품을 썼다. 비록 그는 자신의 작품이 러시아어로 출판되는 것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지만, 이 소설은 독창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언어로 러시아 문학의 모든 주제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관련도서
독자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