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10월 계획 세우기

 

이 계절을 놓칠 수 없다
$%name%$ 님, 《한편》을 같이 읽어요! 하늘이 너무 좋아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아쉬운 시월이에요. 임시 공휴일과 원래 휴일이 연달아 있어 많은 분들이 자체 가을 방학을 갖고 계시지 않을까 한데요. 한여름 무더위에 미뤄 둔 일이 있다면 다시 하나씩 떠올리기에 적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아무것도 안하기에도 무척 좋은 계절이고요. ?
저는 새로운 달을 맞이하여 한편으로는 지난 책을 다시 보는 시간을, 다른 한편으로는 곧 세상에 선보일 책에 최고로 몰입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존재와 무』를 번역하신 변광배 선생님, 『변증법적 이성 비판』을 작업하신 박정자, 윤정임 선생님과 책거리를 했어요. 그간 우리나라의 사르트르 연구를 이끌어 온 선생님들을 이렇게 함께 뵙다니, 너무나 영광스럽고 인상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십수 년 전 연구 과제로 처음 『변증법』 연구 모임을 가지셨던 이야기(“너무나 힘들었다!”), 변 선생님께서 『존재와 무』 새 번역을 결심하시게 된 계기, 또 미처 다 옮길 수 없는 편집 비하인드, 무엇보다 지금의 독자에게 어떻게 사르트르를 알릴 것인가 등……. 이야기꽃을 피우며 책 만드느라 낑낑거린 기억이 사르르 날아가고, 신유물론의 시대에 ‘고전’이 되어버린 사르트르의 논의를 어떻게 독자에게 전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되었어요.
지난 레터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한편》도 곧 여러분을 찾아가요. 이번 주제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크게 두 가지 질문을 떠올렸었어요. 하나는 “오늘날 세상에 독립 전쟁은 가능할까?”, 다른 하나는 “많은 이가 결혼도 연애도 안하는 세상, 쾌락 독립은 가능할까?”였지요.
여러분은 이러한 저의 궁금증에 어떤 생각이 드셨을지 또한 궁금하네요. 새벽 편집자님이 담당한 정문태 기자님의 「국경은 아프다」에서 전자를 살필 수 있다면, 후자는 좀 더 솔직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보고자 대담 형식으로 꾸려 보았습니다. 마지막 꼭지 「일인 가구의 쾌락 독립」의 도입부를 전해 봅니다. 이어지는 대화는 《한편》에서 확인해 주세요! ?
1980년대 후반생인 저는 요즘 사람들의 새로운 문화로 비혼주의 선언이나 비혼식 등이 오르내린 것이 그리 오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 이런 경향이 더욱 강화되어 2030대들이 결혼과 출산은 물론 연애까지 적극적으로 거부한다는 통계와 인터뷰가 연일 발표되고 있어요.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동년배들에게 솔직히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손잡고 키스하고 몸 붙이는 육체적 쾌락에서 완전히 해방된 거야?’
“파트너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자기주도적 쾌락을 찾”기 위한 반려가전 쇼핑몰을 운영 중인 안진영 대표님과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디지털 성폭력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여성의 섹슈얼리티 이슈를 탐구해 온 백가을 연구자님. 두 분께 여성의 안전한 육체적 쾌락 추구에 관한 솔직한 의견을 청하고 싶어요.
진영
안녕하세요. 유포리아의 대표 안진영입니다. 지난 8년간 사업체를 운영하며, 또 반려가전과 관련한 주변 이슈를 접하며 개인적으로 관찰하기에는 쾌락 실현에 있어 자주적, 독립적인 양상이 더 뚜렷해진 것으로 보여요. 많은 분이 파트너를 찾기보다 혼자서 쾌락을 실현하려는 이유는 ‘덕질’, 반려가전 등의 보조 수단을 곁들인 자립적 쾌락과 실제 파트너와 관계를 맺을 때의 장단을 비교할 때 후자의 위험이 압도적으로 크게 다가와서겠죠?
가을
저는 4B(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성관계) 운동을 실천하는 활동가입니다. 제 관점에서는 미선 님의 상태가 전혀 포기로 보이지 않아요. 노력할 때 드는 매몰 비용이 너무 큰 상황을 마주한 것이라 진단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결혼은 가부장제의 벽돌’이라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에이징 솔로』와 같은 책이나 뉴스에 소개되는 사례처럼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실제로 많잖아요? 페미니즘이 문제가 아니라 살다 보니 혼기라는 것이 인생에 큰 의미가 아님을 깨달은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죠. 이런 문화의 변화, 일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실과 나란히 일인 가구에 맞춤한 집의 수요가 늘고 있고요. 사정이 이러하다면 제도는 어쩔 수 없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남녀 대부분이 적령기에 결혼하고 그러한 정상 가족만이 표준인 시대에도 혼자 사는 사람은 있었잖아요.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살 수 없고 개개인이 더 다양한 욕망을 실현하려는 시대가 되었다고 봅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이성에게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면, 다른 친밀한 관계로 성애적 욕구까지 충족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궁금해요. 연애하지 않기로 한 사람들은 성애 대상이 아닌 이들, 이를테면 친구들과의 유대나 따스한 포옹만으로도 욕망이 해결되는 건가 하는…….
― 안진영×백가을, 「일인 가구의 쾌락 독립」,
하늘 볼 시간도 없이 막바지 작업 중인 『페미사냥』???
날씨 좋았던 토요일에 저는 ‘한국 여성문학 선집’ 大 북토크에 다녀왔어요. 을지로의 느티책방에서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장장 네 시간에 걸친 북토크! 토요일에 왜 책을 만나러 가느냐? 연이은 마감으로 고갈된 와중에 뭔가 채우려고, 그리고 전 7권의 대작을 편집한 동료를 응원하려고였죠. 졸다가 딴생각을 하다가도 스며들어서 마지막 박서련, 이미상 작가와의 대화에서는 아주 빠져들었습니다. 
『존재와 무』 같은 거대한 책을 내고 나면 가장 궁금한 건 나 말고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반응인데요. 이날 북토크에서는 바로 그 반응을 다채롭게 들을 수 있었어요.  소영현 평론가님이 애써 질문을 던진 것처럼, 선집에 대한 반응으로 제일 궁금한 건 ‘이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아니겠어요. ????? 박서련 작가는 강경애의 『소금』을, 이미상 작가는 윤정모의 『고삐』를 꼽았다는 황금 정보를 전해드립니다. 윤정모라는 이름은 부끄럽지만 처음 듣는데, 『고삐』는 ‘정인이란 여성의 삶을 통해 매춘과 외세와의 관계, 한 인간 자신의 개인사를 통해 민족사를 만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는군요 맙소사.(대작 특: 줄거리만 봐도 재밌다)
북토크를 마치며 지현 편집자는 마지막 멘트를 이렇게 던졌어요. “한국 여성문학 선집을 펴낸 여섯 분의 선생님은 연구를 하고 싶어서 한 것이고, 박서련 이미상 두 분의 작가님은 소설을 쓰고 싶어서 계속 쓰고 계세요. 이 북토크도 제가 듣고 싶어서 연 것이었구요. 여러분도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많이 하는 가을을 보내세요.” 이 말을 듣자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배치하는 능력이 나에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난 불금에 친구와 같이 읽은 아래 시작 노트처럼요.
내가 할 수 있는 말과 내가 할 수 없는 말을 구분하는 데 지쳤다. 무엇이든 다 말해버리고 싶고,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가 않다. (……) 너무 좁은 방에서 너무 많은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겨보고 싶다. 잠깐이더라도 마음에 드는 배치를 발견하고 싶다.
― 차도하, 『미래의 손』에서
? 왕발 최고……수요일의 기쁨…..
? 독립!!!!!! 너무 기대되고 타이포도 찰떡이에요,,, 신간 얼른 나와서 읽어보고 싶어요..!
? 세영 편집자님 발간사 너무 잘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도 너무 많고… 먼저 독립한 선배님들 너무 존경합니다… 흑흑 너무 기대되는 주제…! 꼭 읽어볼게요.
? 세영 편집자님의 글을 곱씹으며 여러 번 읽었습니다. 편집자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더러 있더라구요. ‘독립’이라는 주제를 떠올리면 어쩐지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가장 먼저 떠오르거든요. 꽤나 멋있어 보이는 직업을 가진 그들도 평범한 독립 생활을 하는 게 위로가 되던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완벽한 독립이라는 게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주거 독립과 경제적 독립을 모두 이룬 케이스지만 여전히 부모님은 저를 독립된 사람으로 인식하지는 않으셔서 크고 작은 트러블이 있을 때가 있거든요. ㅋㅋ 다른 독자들의 이야기도 정말 궁금해지네요.
뜨거운 날씨는 참 오래 갔는데 찬 공기는 로켓 배송 택배처럼 자고 일어나니 턱 놓여 있는 계절이에요. 몸 상하기 쉬우니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한편에 담아주시는 진심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번 편지를 보냅니다. 글을 참 많이 보는 직업이시지만 요즘 하늘이 정말 예뻐요. 종종 올려다 보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 의 강렬한 표지로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또 새로운 한편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니 시간의 흐름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이번 주제가 독립!이라니, 독립은 너무 멋져보이는 로망이기도 하면서 혼자 서야 한다는 불안감이나 외로움을 동반하기도 하는…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이번 한편을 읽으면서 주제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조금 더 나은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 볼게요. 늘 좋은 한편 만들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요즘 하늘이 너~무 예쁜데, 청명한 하늘만큼 행복하셔요.
? 한편은 1년에 딱 3번 만나볼 수 있는 귀중한 인문잡지입니다. 매회 두근두근 설렙니다. 쉼을 읽고 제가 했던 생각과 결단은 결코 작지 않았어요. 독립을 읽고 나는 또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해볼지 저도 궁금해집니다.
가을밤 한강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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