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E. 커밍스는 20세기 초 미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 화가, 극작가다. 1894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난 커밍스는 뉴잉글랜드 상류 사회의 보수적인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하버드 대학교에서 고전 문학을 전공할 만큼 한평생 전통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였다. 그러나 그는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는 한편 선조들의 작품에 부여된 권위와 인습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개성의 가치와 자립정신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사랑’, ‘자연’, ‘영혼’, ‘탄생’, ‘초월’ 등과 같은 낭만주의 문학의 주제를 다루면서도, 모더니즘 문학의 실험적 언어와 형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커밍스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야전 의무 부대에 자원입대해 구급차 운전병으로 복무했는데, 이때 한 동료와 함께 스파이 혐의로 3개월 반 정도 구금당했다. 1920년대부터 미국 뉴욕 시 맨해튼 남서쪽에 위치한 그리니치빌리지에 정착하여 작가와 화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튤립과 굴뚝』(1923)을 발표한 이후 약 3000편에 이르는 시를 썼으며, 그 밖에도 『산타클로스』를 비롯한 네 편의 희곡 작품 그리고 독특한 형식의 산문을 다수 발표하였다. 1952년에는 모교 하버드 대학교의 초청을 받아 1년 동안 객원 교수로 재직했으며, 자신의 시학을 논한 여섯 편의 대중 강연도 펼쳤다. 1962년 9월 3일, 커밍스는 뇌졸중으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