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 소설가가 김용익 소설문학상 수상자로 당선되었습니다. 수상작은 지난해 본사에서 출간한 소설집 『떠다니네』입니다.
통영문학상은 통영문학제추진위원회가 운영하는 것으로 소설 부문 심사는 임철우, 김원일 작가가 맡았습니다. 시상식은 7월 5일 오후 6시 30분 통영 문화마당 특설무대에서 청마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열립니다.
조용호 소설가는 1961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대 신문학과를 졸업, 1998년 《세계의 문학》에 단편소설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발표하며 등단했습니다. 장편소설 『r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왈릴리 고양이 나무』,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꽃에게 길을 묻다』, 『r노래, 사랑에 빠진 그대에게』, 『돈키호테를 위한 변명』, 『시인에게 길을 묻다』가 있습니다. 2006년 무영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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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네』 심사평
정통적 소설 기법에 바탕한 풍부한 감성적 장치
당선작 『떠다니네』는 정통적 소설 기법을 바탕으로 풍부한 감성적 장치를 갖추었다는 점에서 특히 돋보였다. 1988년에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한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을 관통하는 주요 모티프는 ‘이별 후의 삶’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도는 작중인물들은 살아 있는 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과 외로움을 절절하게 증언해 낸다. 그러나 그 고통과 외로움은 막막한 어둠의 벽과 같은 절망이 아닌, 생에 대한 투명한 응시와 관조, 그리고 다만 묵묵히 견뎌 내야만 하는 그리움이라고 부를 만하다.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담백하게 절제된 문장으로 하나같이 치밀하게 빚어낸 이 소설들은 가히 고전적인 소설미학의 성취라고 부를 만한 깊은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두 심사위원은 숙고 끝에, 작가로서의 역량과 문학적 성취도를 기준으로 삼아, 조용호의 『떠다니네』를 흔쾌히 당선작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며 오래 건필하시기를 바란다.
심사위원_김원일, 임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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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
인생의 어느 시간대에 새겨진 퇴적층 같은 기록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통영에 가게 됐다는 사실이 우선 기뻤습니다. 통영은 저에게 맑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시인 백석이 묘사한 남쪽의 아름다운 항구, 우체국에서 날마다 사랑의 편지를 쓰던 청마, 토지문학관에서 인연을 맺었던 박경리 선생의 고향이 바로 이곳입니다. 이번에는 여기에 새롭게 김용익 선생을 추가하는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선생의 아름답고 애잔한 명작 「꽃신」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선생이 이곳 통영에 태를 묻은 분이라는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그분의 이름으로 맑고 푸른 기운이 생동하는 통영에서 상을 받게 되어 각별히 행복합니다.
소설집 『떠다니네』 앞머리에 수록한 「모란무늬코끼리향로」는 오래전 서해 페리호 사고 때 희생당한 남자의 아내가 주인공인 작품입니다.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자주 이 여인이 떠오르면서 아픔이 컸습니다. 최근에는 이 연인을 다시 주인공으로 내세운 단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표제작 「떠다니네」에는 맹그로브 씨앗처럼 정처를 찾아 떠도는 남자가 나옵니다. 마음이 뿌리를 내려 사람과 세상을 함께 보듬어 살 수 있는 그런 곳을 간절히 갈망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 알 것도 같습니다. 마음이 뿌리 내리기에 좋은 완벽한 공간이 어디엔가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머무는 이곳이야말로 모두 힘을 함쳐 마음이 안온하게 깃들 공간으로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고된 직장 일 틈틈이 8년에 걸쳐 써낸 단편들입니다. 제 인생의 어느 시간대에 새겨진 퇴적층 같은 기록인 셈이지요. 이 세월의 무늬를 평가해 주시고 상까지 주신 주최 측과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가뜩이나 소설을 계속 쓸 수 있을 것인지 침잠된 시간을 보내던 이즈음에 주신 상이라 더욱 고맙습니다. 통영과 김용익 선생의 격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