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제조업을 응원하라
탠저린은 해피콜에서 새롭게 내놓은 가정용 청소용품 캐치맙 걸레의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전 세계의 시장이 서비스 기업으로의 일대 전환을 맞이하는 가운데, 제조업체인 해피콜은 디자인 경영으로 당당히 승부해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수출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디자인의 본질은 사용자에게 최고의 만족과 최상의 경험을 안겨 줄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 대상이 비행기가 됐든, 걸레가 됐든 말이다.
레드오션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소비자들이 주방용품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사항으로 기능성과 함께 디자인을 꼽는다. 해피콜의 디자인 개발을 맡았던 탠저린은 제품의 외관을 단지 근사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본래 제품이 가진 우수한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자인을 목표로 했다. 해피콜의 성공 사례는 레드오션이 얼마나 간과해서는 안 될 시장인가를 증명한다.
관찰하고, 상상하고, 구성하라
현대중공업의 의뢰로 탠저린은 미래 중장비 기기의 콘셉트 디자인을 했다. 과거에는 굴삭기를 디자인한다고 하면 제품 하나만 디자인하면 됐지만 이제는 굴삭기가 판매되는 환경뿐만 아니라 금융 지원, 서비스, 유지 보수 관리 등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사용자의 경험적 측면이 강조되는 제품일 경우에는 고객의 경험을 관찰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잘 분석해야 이전보다 개선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때로는 협상과 절충도 필요하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런던 중심부인 패딩턴 역을 잇는 히드로 익스프레스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열차의 객실 디자인을 개선하고자 했다. 탠저린에게 디자인을 의뢰한 히드로 익스프레스는 한 객실당 24개의 의자를 넣을 것을 요구했는데, 우리가 초기에 계획한 것은 22개의 의자를 배치한 디자인이었다. 객실 디자인에서 의자 두 개의 차이는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문제였지만, 우리는 운수 회사의 입장을 고려해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디자인의 영역을 넓힌 경험 디자인
탠저린은 미국의 네트워크 통신 회사 시스코의 의뢰로 다이얼로그 카페라는 서비스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다양한 문화권의 여행객들이 공항에서 먼 거리에 있는 상대방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쌍방향 영상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으로, 시스코의 사회 기여 프로젝트 중 하나다. 경험 디자인이란 단순하게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용자의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무엇’은 제품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가 될 수도 있으며, 시스템도 될 수 있다.
토털 디자인, 디자인 통합의 방법론
탠저린에서 컨설팅한 KT&G ‘상상’ 브랜드의 디자인 콘셉트. KT&G를 대표하는심벌과 이를 활용한 배너, 제품 판매 시스템 등을 통합적으로 디자인했다. KT&G는 지속적으로 현대적인 기업의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노력했고, 전체 브랜드 안에서도 이 아이덴티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기를 요구했다. 디자인 통합은 디자인 경영이라는 목표를 향해 전사적으로 의식을 개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작은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든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 주택사업부의 디자인 고문으로 활동하는 동안 래미안의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 철학을 세우는 일을 했다. 건설 회사들은 스스로를 차별화할 수 있는 디테일과 브랜드 이미지로 이어질 수 있는 디테일을 찾아 나섰다. 고객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에서 디테일 전략이 시작되며, 소재나 마감의 디테일적인 작업과 함께 주거 활동을 분석해 불편함을 찾아내고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디테일도 필요하다.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의 전략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 선전했던 웅진 코웨이는 유럽을 겨냥한 ‘탄산수 정수기’를 개발했다. 탠저린에서는 현지 맞춤형이라는 로컬리즘의 전략으로 이 제품을 디자인했는데, 유럽인들은 컵이 정수기 레버에 닿는 걸 꺼리는 경향을 반영해 상부 레버식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생활 밀착형 제품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다고 해도 디자인 전략은 그 지역에 맞게 적절히 바꿔야 한다.
한국 공공 디자인의 현주소
탠저린은 런던 교통국과 함께 택시 승강장을 개발했다. 정류장에 설치된 터미널 기기에 미리 행선지를 입력하면 대기하던 택시 운전사에게 자동으로 전송되어 원활하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이는 시설 중심의 공공 디자인에서 사람 중심의 공공 디자인으로의 접근을 보여 주는 사례다. 공공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근사한 조형물을 보여 줄 것인가 하는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도움을 주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디자이너의 사회적 책임
윌킨슨 스워드는 영국 왕실 의장대에 칼을 납품하기도 하고, 면도기 제조사로도 잘 알려진 회사다. 탠저린은 윌킨슨 스워드로부터 서바이벌 나이프를 디자인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서바이벌 나이프가 사람을 해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디자인하는 일이 도덕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디자이너는 제품의 사용성에 맞게 디자인할 뿐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고객의 판단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본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상상하자
2000년 탠저린은 영국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시 이 항공사는 강경한 노조 활동과 조직 약화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재기를 노리던 영국항공은 탠저린에게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비행’이 가능한 디자인을 요구했고, 이에 탠저린은 ‘하늘 위의 라운지’라는 콘셉트로 접근해 평면으로 누울 수 있고 앞뒤로 마주보는 좌석을 디자인했다. 영국항공은 이 좌석으로 지금까지 10조 원이 넘는 영업 이익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