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인터뷰의 시작은?

 

 

서문을 공개합니다
지난 편지의 배명훈 작가님과의 대화는 어떠셨어요?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많이 발견했다는 의견이 많았답니다! 나 혼자서는 얻을 수 없었을 다른 생각들로부터, 우리의 세계는 점점 더 넓어지게 되겠지요. 여러 독자님들이 보내 주신 생각을 같이 읽어 보아요.
 
[전쟁과 평화]
화성에 가서 살게 된다면 하고 상상했을 때 전쟁의 경우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해 보게 됐네요.
전쟁은 언제나 존재할 뿐이라는 이야기를 곱씹게 되었다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은 인류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염원이었지만, 그만큼이나 불가능하고 부자연한 상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내가 겪고 있지 않을 뿐 세계 어딘가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한국 역시 아직 휴전 상태라는 사실이 새삼 떠오르네요.
 
[노는 게 제일 좋아]
저도 이제 노는 것은 창작 활동으로 생각하고 마음껏 놀고 싶어요!ㅎㅎ
어머, 독자님 마음이 바로 제 마음!  창작자에게 노는 것도 창작의 일환이라는 말씀이었죠.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창조적인 일상을 꾸리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관점 아닐까요?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는]
“코로나 이후로 우리가 직접 무언가를 느끼고 경험하는 행위들을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메일을 통해서 다양한 작가님들의 인터뷰를 통해 매주 다양한 세상을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신선하고 즐겁습니다. 매번 편지를 기다립니다.
매주 독자님들이 받으실 편지를 만들고 있는 편집자(!)가 이 의견을 좋아합니다.  지난 편지에서 소개드린 SF 앤솔러지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와 같은 책을 보면서, 팬데믹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 벌써 여섯 작가님 중 다섯 분과의 대화를 편지로 보내 드렸는데요. 문득 궁금하지 않나요? 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사람,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재미있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거야?!
오늘은 이 모든 이야기의 또 다른 주인공, 인터뷰어인 SF 평론가 심완선 선생님의 서문을 살짝 공개합니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오늘의 SF 작가들을 만나 인터뷰한다는 이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증이 다소 풀리실 거예요.
다음 주에 공개될 마지막 SF 작가님과의 대화도 기대해 주세요! (누굴까요?)
그리고 이젠 다들 아시죠? 더 많은 이야기는 곧 출간될 책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나는 화성의 중력에서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모르고, 외계인을 이웃으로 둔 적도 없고, 냄새로 말해 본 적도 없으며, 몸이 변이하거나 우주를 건너 연애를 하거나 과거 시간에 갇혀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어떤 이야기가 태어나는지는 안다.
“우리는 SF를 통해 우리가 살아온 세상 너머를 목도하고, 그 뒤로는 현실의 빈틈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가보지 않은 미래를 끌어당기고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를 경험시키는 일은 소설이 본래부터 해온 일이지만, 여기서는 그런 일이 노골적으로 일어난다.”
─ 심완선, 『SF는 정말 끝내주는데』(에이플랫, 2020)에서
그러니 바람직한 SF 독자가 할 일은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 다음 책을 계속해서 읽는 것이다. 혼란과 즐거움을 만끽하며 낯선 텍스트를 소화하는 것이다.
최근 SF를 읽기 시작했다는 국내 독자가 부쩍 늘었다. 특히 한국 SF 독자가 많이 늘었다. ‘나 SF 좋아해, 읽어 봤는데 정말 좋았어, 한국 SF 재밌더라.’ 이런 말을 심심찮게 만났다. 그래서 지금 한국 SF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오늘 이곳의 작가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마음으로 쓰는지 정리하고 싶었다. 이들이 어디에서 걸으며 어디까지 갔는지, 무엇을 남기고 있으며 앞으로는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SF 작가들의 현재 위치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단단히 매듭을 짓고 싶었다. SF 독자들이 다음 책으로 가도록 발밑을 받치고 싶었다. 각자의 모자이크에 SF 조각이 다양해지길 바랐다. 이를 통해 우리가 점점 서로를 참조하길 바랐다.
그래서 현재의 한국 SF를 일별할 수 있도록 인터뷰이 목록을 짰다. 1990년대부터 2020년대에 이르기까지, 말하자면 SF 농도가 짙은 사람부터 옅은 작품까지, 세계에 집중하는 작가부터 인물에 집중하는 작가까지, 스펙트럼이 고루 분포하도록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듀나는 1990년대에 활동을 시작했고, SF 농도가 짙고, 세계 중심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다. 반대로 정세랑은 2010년에 데뷔했고, SF 농도가 옅고, 인물 중심의 이야기를 쓴다. 사실 이렇게 꼽다 보면 자리를 훨씬 촘촘하게 채울 수 있는데, 분량상 여섯 명밖에 소개하지 못해서 심히 안타깝다. 책이 많이 팔려서 다음 기획으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인터뷰 질문은 각 작가를 총체적으로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대개의 인터뷰가 신간 중심이라 개별 작품에 국한된다는 점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모처럼 긴 인터뷰를 할 기회인 만큼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다루려고 했다. 여러 작품을 통틀어 나타나는 주요 주제를 찾아 해당 키워드를 중심으로 질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터뷰 앞뒤로는 공통 질문을 넣었다. 질문을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각 작가의 특징을 대조하려는 의도였다. 주로 한국, SF, 작가라는 세 가지 줄기가 교차하는 질문을 넣었다. 
‘여러분은 SF 작가라는 직업인으로서 어떻게 일을 하나요?’
‘한국 SF라는 느슨한 울타리 안에서 어떤 가지를 뻗고 있나요?’
‘동시대 한국을 사는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을 하나요?’
그 결과, 당연한 말이지만 작가마다 다른 색깔의 글이 나왔다. 말투도 가치관도 작업방식도 다르고, 심지어 같은 질문을 던져도 다른 방향의 이야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그러면서 한국 SF 작가라는 공통점이 묻어났다. 읽는 분들도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며 읽어 주시길 기대하고 있다.
인터뷰가 제각각으로 완성된 모습을 보며 “온 우주에 공통의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우리의 ‘현재’는 국지적으로만 존재할 뿐 우주 전체에 적용되지 않는다. 시간의 속도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물체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울수록, 중력에 영향을 받을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그러니 다른 여건에 놓인 물체는 다른 시간의 현재를 산다. 물리적으로 사실이고 문학적으로도 그렇다. 이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 각각은 모두 자기만의 속도로 시간을 여행하는 중이다. 언젠가 다다를 죽음을 향해, 막막한 우주에서, 자기라는 짐을 싣고 움직이는 중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위한 1인용 맞춤형 타임머신이다.
─ 심완선, 『우리는 SF를 좋아해』(근간) 서문에서
심완선

SF 평론가. 《한국일보》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글을 게재했다. 인간의 존엄성 및 사회적 평등과 문학의 연결 고리에 관심이 있다. 지은 책으로 『SF는 정말 끝내주는데』,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공저) 등이 있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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