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한편》의 편지 결산_3

 

 

연말이면 결산이다

$%name%$ 님, 연말이에요! 2020년 1월부터 매주 꼬박 보내드린 《한편》의 편지의 세 번째 결산 보고가 왔습니다. 파우스트 박사에서 시작해 지난주의 볼테르까지, 가을 겨울 동안 함께한 ‘환상’ 편이에요. 
 가장 많이 열어 본 편지 
 
짜잔! 이번 시즌 가장 많은 구독자 여러분이 열어 본 레터는 #39 질투는 왜 사람을 미치게 할까입니다. 40.7%의 오픈율을 기록했어요.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광기, 외로움, 질투, 우울과 같은 인간 정신의 문제를 탐구한 시즌이었죠. 레터를 열면 질투에 미쳐 버린 오셀로의 정신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환상’에 관한 명구가 나와요. 매주 환상에 관한 글을 찾아 헤매는 《한편》의 편집자가 이번 주는 너다!를 외치는 순간입니다.

문제는, 외양과 실체를 빈틈없는 하나의 전체로 융합해 버리는 오셀로처럼 비극적 광기의 희생물이 되지 않고, 또 냉소적으로 자연주의를 견지하는 이아고와는 다르게, 기호와 환상이 현실의 구조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이다. 모든 경험은 욕망에 끌려다니기 때문에 환상과 신비화라는 피할 수 없는 차원을 갖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상부 구조의’ 신앙심 같은 것이 아니라, 내적 형식의 일부인 담론과 상징 속에서 모든 육체적 욕구가 포착된다는 것을 이아고는 알지 못한다. 오셀로는 이것을 지나치게 인식해서 기호와 실체를 혼동하기에 이른다. 외양을 실체로 잘못 아는 것과 외양의 실체를 인식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구별하는가? 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정신병의 한 조건이 된다는 점을 『오셀로』는 암시한다. 더욱 놀랍게도 이 정신병적 요인은 일상생활에 내재한다는 것이다.
 
 
─ 테리 이글턴, 김창호 옮김
 
 
 가장 적게 열어 본 편지
 
언제나 더 궁금한 가장 적게 열어 본 편지! 바로 오픈율 26.7%를 기록한 #48 확신한다고? 그것도 어차피 다……였습니다. 가만 보니 지난 ‘인플루언서’ 시즌에서와 마찬가지로 제일 최근에 띄운 레터의 오픈율이 제일 낮은 셈이네요. 물론 볼테르의 냉소를 표현한 레터 제목과 고통스러운 일화로 가득 찬 내용도 한몫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요. ‘내가 지금 고통을 느낀다면 나는 고통스러운 것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어 간 《한편》의 편지 편집자의 고뇌가 느껴지는 큐레이션이었습니다.

수학적 확실성은 불변이며 영원하다. 나는 존재하고, 나는 생각하고, 나는 고통을 느낀다. 이 모든 것은 기하학의 진리만큼이나 확실한가? 그렇다. 내가 아무리 의심이 많더라도 그렇다고 인정한다. 왜냐고? 그러한 진리들은 하나의 사물이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원칙과 동일한 원칙으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나는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을 수 없고, 느끼는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나의 삼각형은 두 개의 직각을 합한 값인 180도를 갖는 동시에 갖지 않을 수는 없다.
따라서 나의 존재와 나의 감정에 대한 물리적 확실성과 수학적 확실성은 그 둘이 아무리 서로 다른 종류일지라도 같은 가치를 갖게 된다.
─ 볼테르, 「확실한, 확실성(Certain, Certitu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