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당신을 우리에게 데려왔을까요?” 차분하게 이반의 폭로를 듣고 있던 의사가 물었다.
“그러니까 그 천치들은 악마가 잡아가 버려야 해요! 날 붙잡아서 무슨 넝마 조각으로 묶더니 끌고 가서는 트럭에 태워 버렸소!”
“어째서 속옷만 입고 레스토랑에 들어갔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이상할 거 하나도 없습니다.” 이반이 대답했다. “모스크바 강에 수영하러 갔는데 누가 내 옷을 집어 가고 이 걸레 조각을 남겨 놨어요! 벌거벗고 모스크바를 돌아다닐 순 없지 않소! 하는 수 없이 있는 걸 주워 입었죠. 서둘러 식당으로, 그리보예도프로 가야 했으니까.”
의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류힌을 바라보자 류힌은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레스토랑 이름이 그리보예도프입니다.”
“아하.” 의사가 말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서둘렀습니까? 업무와 관련된 약속이라도 있었습니까?”
“자문 교수를 잡으려고요.” 이반 니콜라예비치가 대답하고 불안하게 주위를 살폈다.
“어떤 자문 교수입니까?”
“베를리오즈를 아십니까?” 이반이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서 물었다.
“그…… 작곡가 말입니까?”
이반은 실망했다.
“무슨 작곡가 말입니까? 아, 그렇군……. 그가 아니오! 그 작곡가는 미하일 베를리오즈와 동명이인일 뿐입니다.”
류힌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설명을 해야만 했다.
“문학협회 마솔리트의 회장 베를리오즈가 오늘 저녁 총주교 연못가에서 전차에 치였습니다.”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리하지 마! 거기 있었던 건 네가 아니고 나야! 그자가 계획적으로 베를리오즈를 전차 밑으로 집어넣은 거야!” 이반이 류힌에게 버럭 화를 냈다.
“밀었습니까?”
“‘밀었습니까’라니 그게 지금 무슨 상관입니까?” 이반은 말이 통하지 않자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 “그자는 밀 필요도 없었어요! 그자는 정말 인간의 능력 밖에 있는 일들도 할 수 있다고! 그는 베를리오즈가 전차에 치일 거라는 사실도 미리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당신 말고 그 자문 교수를 본 사람이 있습니까?”
“그 점이 문젭니다. 나하고 베를리오즈밖에 없었어요.”
“그렇군요. 그럼 그 살인범을 잡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셨습니까?” 의사는 몸을 돌리면서 옆의 책상에 앉아 있는, 흰 가운을 입은 여자에게 눈짓을 했다. 그 여자는 종이를 한 장 꺼내 세로줄의 빈칸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했지요. 일단 부엌에서 초를 가져다가…….”
“이겁니까?” 의사가 성화와 함께 여자 앞의 책상에 놓여 있는 부러진 양초를 가리키며 물었다.
“바로 그겁니다, 그리고…….”
“그런데 성화(聖畵)는 왜?”
“아, 그렇죠. 성화……. 무엇보다도 성화가 그들에게 겁을 줄 테니까요.” 이반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다시 손가락으로 류힌을 가리켰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니까 그 자문 교수, 그자는……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부정한 기운과 관계를 맺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쉽게 잡을 수는 없을 겁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자 간호사들이 똑바로 부동자세를 취하고 이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래요.” 이반이 계속했다. “관계가 있어요! 이건 어찌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는 본디오 빌라도(예수에게 십자가형을 내린 로마 총독 ─ 편집자)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래, 그런 식으로 날 쳐다보지 말아요! 사실을 말하는 거라고요! 그는 모든 걸 봤어요, 발코니도, 야자수도. 한마디로 본디오 빌라도 옆에 있었어요, 그 점은 내가 보증합니다.”
“그래요, 그렇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슴에 성화를 핀으로 꽂고 쫓아간 겁니다…….”
그때 갑자기 시계가 두 번 울렸다.
“어어엇!” 이반이 소파에서 일어서며 소리쳤다. “2시인데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군! 실례지만 전화는 어디 있습니까?”
“전화 쓰게 하세요.” 의사가 남자 간호사들에게 지시했다.
이반이 수화기를 붙잡고 있는 동안 흰 가운을 입은 여자가 조용히 류힌에게 물었다.
“이 사람 결혼했나요?”
“독신입니다.” 류힌이 겁먹은 듯 대답했다.
“노동조합 회원인가요?”
“예.”
“경찰입니까?” 이반이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경찰입니까? 당직 동무, 지금 당장 기관총으로 무장한 오토바이 부대원 다섯 명을 보내서 외국인 자문 교수를 체포하라고 지시하시오. 뭐라고요? 날 데리러 오세요, 내가 당신들이랑 같이 갈 테니까……. 나 시인 베즈돔니인데 정신병원에서 전화하고 있소……. 여기 주소가 어떻게 되죠?” 이반 베즈돔니가 손바닥으로 수화기를 가리고 의사에게 속삭이듯 질문한 후 다시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들립니까? 여보세요……! 무례하긴!” 이반이 갑자기 수화기를 벽에 대고 던졌다. 그리고 그는 의사를 향해 돌아서서 악수를 하고는 건조하게 “안녕히 계시오.”라고 말한 후 나가려 했다.
“죄송하지만 지금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의사가 이반의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한밤중에 속옷만 입고……. 몸이 안 좋으신 게 분명하니 여기 계시지요!”
“나가게 해 주시오.” 이반이 문 주위에 모여 선 남자 간호사들에게 말했다. “나가게 해 줄 거요, 말 거요?” 시인이 무서운 목소리로 외쳤다.
류힌은 몸을 떨었고, 여자는 탁자 위의 단추를 눌렀으며, 탁자에 깔린 유리판 위로 빛나는 작은 상자와 봉인된 주사약 병이 튀어 올랐다.
“아, 그래?” 이반이 사냥개에 쫓기는 사냥감 같은 눈빛으로 사납게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좋아! 안녕히 계시오!” 그리고 그는 머리부터 곧장 커튼이 쳐진 창문을 향해 뛰어들었다.
상당히 큰 소리가 났지만 커튼 뒤의 유리는 금조차 가지 않았고, 이반 니콜라예비치는 순식간에 남자 간호사들의 손에 잡혔다. 그는 손을 물어뜯으려 하면서 목쉰 소리로 소리쳤다.
“아니 여기 유리는 대체 뭘로 만든 거야! 놔! 놓으라고……!” (중략)
“박사님.” 충격을 받은 류힌이 속삭이는 소리로 물었다. “그럼 그가 정말로 아픈 겁니까?”
“오, 물론이죠.” 의사가 대답했다.
“도대체 무슨 병입니까?” 류힌이 소심하게 물었다.
지친 의사는 류힌을 바라보며 기운 없이 대답했다.
“언어와 행동의 흥분 상태…… 환각적 현실 인식…… 복합적입니다만…… 아마 정신분열증이 분명하겠죠. 게다가 알콜 중독도 있고…….”
류힌은 이반 니콜라예비치의 상태가 상당히 나쁘다는 것 말고는 의사의 말을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고, 한숨을 쉬며 물었다.
“그런데 계속 그 자문 교수에 대해서 말하는 건 뭡니까?”
“분명히 그의 비정상적인 상상력을 발현하게 한 누군가를 봤을 겁니다. 아니면 환각을 봤을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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