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어린이는 유튜브의 꿈을 꾸는가

  한편을 같이 읽어요! 어린이는 유튜브의 꿈을 꿀까요? 2019년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3위는 유튜버, BJ 등을 비롯한 ‘크리에이터’였습니다. 수백수천억의 수익을 내는 어린이 유튜버에 대한 시장의 선망과, 스마트폰에 빠져 자극적인 데만 반응하는 뇌가 된다며 ‘팝콘 브레인’을 이야기하는 보호주의자들 사이에서, 실제로 오늘날 어린이는 무엇을 경험하고 있을까요? 

한편》 2호에 실린 미디어리터러시 교육학 연구자 김아미 선생님의 글 일부와, 온라인 세미나로 진행되었던 강연 후기를 소개합니다. 김아미 선생님은 어린이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 경험으로부터 시작해야 현실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 대부분은 유튜브를 부모의 소개로 접하게 된 친숙한 플랫폼이자, 사용하는 데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는 진입장벽이 낮은 미디어로 인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임에 비해서는 부모들의 우려가 낮은 편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어린이가 미디어 공간에서 경험하는 미디어리터러시 실천을 살펴보는 연구와 맥락을 같이한다. 실제 어린이가 미디어 공간에서 어떠한 ‘위험과 기회’를 경험하고 있는지, 이에 대한 어린이들의 인식은 어떠한지를 탐색함으로써, 어린이와 미디어에 대한 논의 가운데 어린이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어린이의 유튜브 문화를 탐색하기 위하여 나는 활동 중심 초점그룹 면담을 주요 연구 방법으로 선택했고, 시각화를 가능하게 하는 활동을 응용했다. 이는 연구 참여자를 연구 주제의 ‘전문가’로 상정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연구 결과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특히 어린이의 문화를 탐색함에 있어 유의미하다.

질문 : 유튜브 그러면 다 계정을 가지고 있어요?
다 같이 : 네. 
보미(6학년, 여) : 저희는 업로드 때문에. 
지우(6학년, 남) : 구독하려고요. 
은하(6학년, 여) : 업로드, 구독, 댓글, 좋아요. 뭐 이런
거 하려고. 
 
 어린이들은 유튜브에서 다양한 소통을 경험한다. 유튜브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영상에 반응을 보이고 그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친구 혹은 온라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고, 동시에 직접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환경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자신이 올린 댓글에 대해 다른 사용자가 의견이나 공감을 하는 경험을 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동시적 소통과 비동시적 소통이 섞여 진행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어린이에게 유튜브는 소통의 장이자 나를 표현하는 장으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면담에 참여한 학생들은 개인 계정을 만들어 유튜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부 아이들은 부모의 계정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는데, 연구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경우 유튜브에 계정을 만들기 위한 권장 연령인 만 14세에 미치지 못했으므로 대개 가짜 생년월일을 기입하여 계정을 만들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자신의 나이보다 많은 나이로 정보를 입력하여 유튜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어린이들은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다가 ‘야한 광고’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는 경험을 공유했는데(보미, 6학년, 여), 이는 계정 가입을 위해 입력한 생년월일에 해당하는 이용자 대상맞춤 광고에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유튜브에서 소통할 때 유튜브 이용자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암묵적인 문화 코드를 인식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은 유튜브 내 소통과 관련된 암묵적 규칙을 설명했는데, 영상에 대한 선호 정도에 따라 ‘좋아요’ 누르기, 그보다 더 좋다고 판단이 되면 댓글 남기기, 계속 보고 싶을 정도로 좋으면 구독하기의 순으로 선택하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영상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 경우 ‘싫어요’를 누르거나, 정도가 더 심할 때는 댓글로 의견을 남기거나 ‘신고’를 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올린 댓글에 다른 사용자들이 ‘좋아요’를 많이 누르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채널의 구독자 수가 늘어나기를 원하고, 이때 느끼는 ‘감정’과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어린이들에게 유튜브는 단순히 콘텐츠나 정보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튜브 내에서의 소통이 상대방과 자신의 감정에 영향을 미침을 인지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경험을 토대로 어린이들이 획득하고 있는 온라인 공간에 대한 이해에 대하여 교육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상은 정보만이 아니라 감정이 오가는 공간이라는 어린이의 성찰은 사이버 불링이나 온라인 혐오 발언 등에 대한 교육으로 연결할 수 있다.
기성 세대가 어린이의 미디어 이용 시간을 규제하는 등 통제 중심의 교육을 선호하는 원인 중 하나는, 미디어를 정보나 오락을 위한 목적성 공간으로 이해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유튜브 같은 미디어는 어린이들에게는 감정을 느끼고 새로운 소통을 하며 내가 온라인상에서 한 발언이 익명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도 느끼는 일상의 공간이자 사회화의 공간이다.
이처럼 어린이가 성찰을 통해 알아가고 있는 유튜브 속 소통의 특성 등이 현장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에 반영되어야 어린이의 삶에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이 가능하다.

어린이들은 유튜브를 정체성 구현 및 실험의 공간으로
경험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자신의 채널
에 영상을 올리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때 크리에이
터인 ‘나’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드러내느냐와 관련하여 시행착오를 경험하기도 했다. 

소연(5학년, 여) : 옛날에, 지금 말고 옛날에, 2, 3학년
때?
그때는 편집을 못하니까 목소리 공개를 했는데,
그때 악플 다는 사람들이 많았었어요. 그래서 그때
잠시…….
지민(5학년, 남) : (농담하듯이) 충격을 먹어 가지고 유
튜브를 그만두고!
소연(5학년, 여) : 그때 상황에는 제가 유튜브를 잘 못
다루고 사람들이 악플을 다니까 신고를 어떻게 할
줄은 모르고. 유튜브 다룰 줄도 모르니까 그냥 유튜브를 안 한 적도 많고. 이제 편집 좀 하게 됐으니까,
목소리 공개 안 하니까 사람들도, 구독자 수도 좀 되고 그래요.
연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유튜브에 계정을 만들어 관리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찍어서 올리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유튜브는 손쉽게 자신의 이야
기를 하고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짐과 동시에, 그렇게 콘텐츠를 공유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은 잘 모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위의 사례처럼 자신의 나이나 성별 등이 공개
되자 단순히 어리다는 이유로 악성 댓글을 받는 경험을 통해 나의 정보, 나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까지 노출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경계를 갖게 된다.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배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아이들은 ‘평판
관리’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
디지털 기반 미디어가 가지는 소통의 비가역성 및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초등학생들의 특성으로 인해, 위의 소연이의
경우처럼, 온라인에서 일어난 에피소드가 오프라인에서 공유되어 곤란했던 경험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어린이는 유튜브를 중요한 오락의 공간, 소통의 공간이자 자신의 정체성 표현을 시험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어린이를 이용자로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한 공간으로 기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구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유튜브에서 소통과 표현의 새로운 기회를 경험하지만 동시에 그에 수반하는 위험 역시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에게 유튜브 등의 사용 시간이나 사용 콘텐츠를 규제, 제한하는 방식의 교육은 어린이가 새로운 미디어 공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기회를 강화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어렵다. 기성세대는 어린이가 경험하는 미디어를 후속적으로 추적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한 어린이의 미디어 경험은 또래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기성세대에게 비가시적인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조건에서 어린이가 미디어에서의 새로운 기회와 위험을 개인적으로 경험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미디어리터러시 획득을 지원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먼저 어린이에게 유튜브나 자신이 즐겨 이용하는 미디어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성찰할 수 있는 교육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온라인상에서의 소통과 실천이 오프라인의 삶과 대등하게 중요한 생활의 일부로 여겨지는 지금 어린이, 청소년 세대에게 필수적인 교육이다.
더불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와 관련된 교육적 접근을 시도할 때 어른과는 다른 지점을 이해하고 존중하여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유튜브 등의 온라인 공간은 교사나 기성세대에게 가시화되지 않은 문화적 코드가 존재하는 곳이다. 또한 사회화와 또래문화에 대한 이해와 형성이 진행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어린이를 존중하는 태도를 지녀야만 그들의 새로운 미디어 경험에 대한 의미 있는 대화의 첫발을 뗄 수 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어린이의 삶에 유효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다.
―김아미, 「어린이의 유튜브 경험」,
《한편》2호 ‘인플루언서’, 113~131쪽에서

편집부: 지난 6월 10일, 김아미 선생님과 유현주 선생님을 모시고 줌을 이용한 웹 세미나 ‘인플루언서와 미디어’ 1회를 진행했습니다. 

 
김아미 선생님은 미디어리터러시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를 미디어 환경 안에서 잘 읽고 쓰고 소통하며 사회에 참여하는 능력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잘’의 의미는 “비판적으로, 창의적으로, 책임감 있는 태도로” 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종종 “미디어리터러시”라는 말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잘 와닿지 않는다며 다른 용어가 없겠냐는 질문을 받으신다는데요,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시면 의견 남겨 주세요! )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 어른들 역시 제대로 ‘미디어리터러시’라는 역량을 제대로 키워 나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김아미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어린이를 ‘전문가’로 상정하여 그들의 경험을 듣고자 할 때, 여러 방법을 활용하는데 그 중 하나가 ‘안내서’ 만들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가장 친절하게 온라인 공간에서의 삶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 대상이 바로 자신의 동생 정도의 또 다른 어린이들이라는 점이었어요.(가장 불친절한 안내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을 대상으로 할 때였다고 합니다. )
그 다음으로는 어린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의 위기를 많이 겪을 수록, 기회 역시 많이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뒤이어 덧붙여진 선생님의 말씀은 매우 마음 아팠었어요. “그런데 연구를 하며 느낀 점은, 어린이들이 이 모든 것을 혼자 겪으며 내버려두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에서 이제 단순한 규제와 제한으로는 실제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실감되었습니다. 한 사회의 어른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서 또한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어요.
오늘 한편의 편지는 어떠셨나요? 어린이의 미디어리터러시와 교육적 접근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초등학교 교사이자 미디어리터러시 연구자인 박유신 선생님의 리뷰도 확인해 보세요. 

혹시 지난 온라인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던 분들도 계신가요? 그런 분들을 위해 6월 24일, 한편의 두 번째 온라인 세미나가 진행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곧 민음사 홈페이지와 SNS, 그리고 다음 편지를 통해 전해 드릴게요. 많은 성원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