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한편》의 편지 결산

그간 님께 한편》 1호의 주제 ‘세대와 시대’에 관해 지난 1월부터 열다섯 통의 편지를 보내드렸어요. 2호 출간을 앞두고 있는 오늘은 그동안의 편지를 돌아봅니다. 
가장 많이 열어 본 편지
 
68.3%의 오픈율을 기록한 편지는 첫 번째로 띄웠던 「사르트르: “나 때는 말이야”」였습니다. 분명 사르트르는 ‘세대’에 관해서도 할 말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으로 세계문학전집을 찾아보다가 지금 편집자의 세대에도 너무나 들어맞는 구절을 발견하고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는 갑자기 우리가
<상황 속에 처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선배들이 그토록 애써 시도하려고 했던 초탈은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말았다. 미래에 부각되고 있던 것은 집단적 모험이며, 그것은 <우리의> 모험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모험이 후일 우리의
세대의 특징이 되었다. 미래의 어둠 속에서 그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장폴 사르트르, 정명환 옮김, 『문학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가장 많은 클릭으로 이어진 편지
 
10.5%의 클릭율(그렇습니다. 편지에 담긴 링크가 클릭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답니다.)을 기록한 편지는 열한 번째로 보내드린 「현명한 커플, 어리석은 커플」이었습니다. ‘계획적 진부화’라는 개념을 소개하는 세르주 라투슈의 『낭비 사회를 넘어서』를 꺼내자 옆자리 동료 편집자가 “앗, 민음사에 이런 책이?”라고 했는데, 좋은 구간을 널리 알리고 싶었네요.

“계획적 진부화야말로 성장 사회를 이끌어 가는 소비주의의 절대적 무기다.
우리는 광고를 거부하고 대출을 거절할 수는 있지만 제품의 기술적 결함 앞에서는 대부분 속수무책이 된다. 전기 램프에서부터 안경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의 필수적인 보조 수단이 된 기계나 기구는 특정 부품의 의도된 결함으로 인해 고장을 일으키는 시점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새 부품이나 수리가 가능한 곳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찾아낸다 하더라도 동남아시아의 수용소나
다름없는 공장에서 저임금으로 생산된 신제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돈이 더 들 수도 있다.”


─ 세르주 라투슈, 정기헌 옮김, 『낭비 사회를 넘어서』 중에서

《한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 편지
 
《한편》의 편지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의 반응이 제일 뜨거웠던 편지는 열 번째 「벌새 이야기」였어요. 《한편》 1호에 실린 이나라, 「「벌새」와 성장의 딜레마를 떠올리게 하는 이 편지에는 진짜 벌새가 등장했습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마케터의 건조한 눈을 촉촉하게, 편집자의 차가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 왕가리 마타이 버전의 “나 때는 말이야”예요.

“사실 상황은 희망적이지 않고 벌새는 결코 불을 끌 수 없을 것이다. 모든
동물이 벌새와 힘을 합쳐 노력한다고 해도 동물들은 불을 완전히 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끌 수 있을 것이고
동물들의 터전은 조금이라도 남을 것이다. 매우 분명한 점은, 해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것이다. 벌새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지
못할지라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다.”


─ 왕가리 마타이, 이수영 옮김, 『지구를 가꾼다는 것에 대하여』 중에서
 
 기억에 남는 독자의 응답
 
마지막으로 《한편》에서 읽고 또 읽는 독자 의견들을 소개해드려요. 앞으로도 구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고, 제안과 비판을 반영하겠습니다. 다음 주제 ‘인플루언서’에 관한 《한편》의 편지도 기대해주세요!
세네카의 편지..! 너무 좋아요 ㅠㅠ 정말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내용인데 한편 덕에 읽게 되어 고맙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니지만 괴테와의 대화를 주문하고 왔어요! ㅋㅋ 이 편지가 아니었더라면 제목만 보고 거들떠도 안봤을 것 같은데 좋은 책 소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주 우편함에서 편지를 받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편을 챙겨 읽습니다. 흥미로운 인문학 글들을 가볍게 읽어볼 수 있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번 편은 지금까지의 얘기 중 가장 누군가의 진짜 한편을 들은 기분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울려요. 마음을 울립니다…
더 긴 편지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