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첫날, 홍대 트래블 카페에서는
이름하여 김한민 작가님과 함께하는 『그림 여행을 권함』 실전 강연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기술이나 방법이 아닌, 삶의 태도로서의 그림 그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셨던
김한민 작가님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 여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이어서 직접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까지 마련해보았습니다.
그럼, 그 간단한(?) 후기 지금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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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진행된 『그림 여행을 권함』 강연회 포스터입니다.
어김 없이 여행 중에 그림을 그리고 계신 작가님의 모습이 멋지게 담겼네요! (아래 원본 사진도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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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특별히 김한민 작가님의 강연에 이어
그 자리에서 바로 그림을 그려보는 ‘실전 그림 그리기’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므로,
예쁜 드로잉 북과 연필과 지우개, 볼펜까지 마련을 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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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카페는 말그대로 ‘여행’을 연상시키는
갖가지 소품들로 가득한 아기자기한 공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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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작가님과 함께한 1부 강연 이야기를 먼저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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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는 먼저, 의외롭게도 ‘지옥’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흔히 우리가 지옥의 풍경이라고 하는 ‘지옥철’이라든가,
스마트폰에 온통 시선을 빼앗겨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라든가……
날마다 지옥인 것처럼 보이는 이 세상 속에서 작가님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아야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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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는,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속의 한 문단을 인용해 읽어주시며
‘숨어 있는 도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작가님께서 기획과 인테리어 등에 참여한 문화공간 ‘숨도’는(클릭) 바로 그렇게 탄생한 ‘공간’으로,
‘숨어 있는 도시’의 줄임말로써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하셨답니다.
저희도 이 아늑한 공간에서 여러 번 행사를 했었지만,
숨도는 아날로그적인 몸의 체험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프로그램과 행사를 많이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손의 귀환’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던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사람들은 흔히 ‘손으로 하는 일’은 소소한 취미라고 생각하고 말지만
작가님 본인은 그것 자체에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보들레르는 ‘천재’를 두고 ‘의지로 되돌아가는 유년’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요,
작가님께서는 바로 이렇게 ‘손’을 통해서 자기 삶을 천재적으로 가꿔나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말씀하셨고, 계속해 직접 준비해오신 많은 그림들을 보며
삶이 풍부해지는 데 아주 작은 요소로 작용하는 ‘그림 그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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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을 위해 김한민 작가님께서는 어렸을 때 받았던 생일 카드나,
누나나 동생이 보내준 엽서 같은 소중한 그림을 보여주셨고, 그에 덧붙여진 이야기들도 더불어 들려주셨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무려 ‘배트맨’이 보낸 카드라거나…^^; (정말 귀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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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축하하는 누나의 정성어린 카드도 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스레 색칠한 그 마음이 보여서 너무 좋다고 하셨답니다.
땀(;;)도 없고, ‘ㅋㅋ’나 ‘ㅎㅎ’도 없는 카드여서 너무 좋으시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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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받았거나 작가님 본인께서 직접 그렸던 그림들을 보면,
온전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시작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요.

『그림 여행을 권함』을 출간한 이후, 작가님께서는 독자 분들께 그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그림 때문에 상처받았던 사연을 몇 차례 받아보셨다고 합니다.
이런 사연들을 보면서 ‘그림에 대한 상처’는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어떠한 시스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
심지어 작가님께서도 어렸을 때 그림에 대한 상처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은, 무조건 재미있게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뇌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다른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그림에 대한 재미를 너무 모른다는 것, 또 그림이라는 것은
오로지 ‘잘 그리는 사람들만이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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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라는 작가의 드로잉입니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널리 알려져 작품을 이용한 소품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을 정도인데요,
슈리글리 역시 누가봐도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는 아니지만
드로잉마다 위트가 있고, 가장 큰 문제는 ‘적어도 주눅이 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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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는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를 전해주셨는데요,
강연에 참석하지 못하셨던 분들도 종이와 필기구를 꺼내서 지금 당장 따라해보실 수 있도록
사소하지만 굉장히 멋진, 동기가 되는 이야기들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1.꾸밈있음
이국의 어떤 새는 예쁜 색깔의 꽃이나 열매 같은 것들을 물어다가 자신의 집 앞에 전시를 해놓는다.
“우리 집 이렇게 예쁘게 꾸며놨으니, 들어와!” 이런 느낌이랄까?
어찌나 귀여운지 모른다. 결론은, ‘새도 이렇게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라고’?!
삶을 삶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며, 꾸미는 것 역시,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본인의 경우에는, 여행을 가면 그때 본 것들을 채우고 싶어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다.
하다보면 이게 채우는 재미가 붙는다. 즉, 굉장히 작은 이유로 시작하는 거다.

2. 사심있음
그림도 ‘사심있음’에서 시작한다.
독일에서 한 달간 방을 내줬던 친구에게, 떠나올 때 벽의 그림 전체를 똑같이 그려주고 왔다.
그림은 그런 마음들이 중요하고, 바로 거기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은 별 게 아닌 게 아니라, 되게 별 것(!)이다.

3. Mention it
나의 그림과 그림을 그리는 행동의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그림을 보여줄 것.
그리고 신뢰가 생기면 마구마구 보여줘도 된다.
누가 나에게 그림을 보여주면 못 본척 하지 말고 꼭 멘션을 해주면 된다.
멘션은 어떤 식으로든 가능하다.

4. 굳이 정신
굳이 이걸 왜 하는지 모르는 정신이다.
어머니가 가계부를 어떻게 예술로 만드는지를 보면 ‘굳이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어머니는 옷을 사고 가계부를 적다가 어느 날엔가는 ‘굳이’ 점퍼 하나를 그려보고 싶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저렴하게 옷을 사는 절약정신보다는 기록하고 싶은, 바로 그 마음이다.
이게 점점더 과잉이 되면 색도 들어가고 무늬도 들어간다.
나는 이걸 보고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이 그림을 보고 비로소 살 만해졌다.
누군가의 그림을 그리는 행동 하나로 살 만해졌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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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김한민 작가님의 ‘잃어버린 그림들’ 넘버4!

(1)알렉스: 극빈층의 아이였던 ‘알렉스’에게 장래희망을 물었을 때,
화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답한 알렉스에게 바로 찢어서 선물해주었던 ‘굉장히 잘 그린 그림’.ㅎ
(2)아프리칸 맵: 아프리카 지도 전체를 동물로 구성해서 밤새 그렸던 그림.
(3)성모병원 김모 씨: 성모병원에서 1년간 미술치료 보조일을 했을 때 만났던
김모 씨가 퇴원하면서 그려준 ‘내 인생의 그림’.
(4)개구리 공중 부양: 대학 때 절친했던 친구에게 선물했으나 친구가 기억을 못하던,
그림 선물에 대한 의미를 느끼게 해 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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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이 있다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종이가 있다고 꼭 뭘 그려야 하는 건 아니다.
부담가질 필요는 조금도 없다.”

작가님께서 이날 현장에 직접 가져와 보여주신 그림 일기들, 그림 여행기가 가득 담긴 수첩들입니다.
이 수첩들을 직접 보면, 여행을 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얼마나 많은 새로운 사람들과 풍경을 마주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깨달음이랄까요, 괜스레 그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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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강연을 일단락하고, 책에 멋진 그림 싸인을 해주시는 작가님.
바로 이어진 2부에서는, 각자만의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림 그리기를 시작할 때 그리면 좋은 것들

1. 아바타 (없다면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
2. 사건!
3. 사물
4. 인상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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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지기 앞에 앉아 계시던 독자님께서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셨길래 냉큼 카메라를 들이댔더랬습니다.

물고기의 비늘이 예사롭지 않은데, 독자 분의 아바타를 그리시는 것이라 하셨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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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각각의 테이블을 돌아가며 함께 그림을 봐주고,

멘션도 해주고,

발전된 그림 그리기를 도와주셨던 작가님!

자, 그럼 현장에서 민음지기가 만났던 독자 분들의 멋진 그림들을 만나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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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분명한 염소양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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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민음지기의 ‘가지 꼭지 머리’ 아바타를 보고

덧붙여 동산에 앉아 쉬고 있는 캐릭터를 완성해주신 작가님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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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이 분명한 풍경과 그 속을 충만한 감정을 담아 거니는 또다른 독자님의 아바타. 정말 멋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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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독자님의 아바타를 직접 그리신 거라고 하네요. 펜이 느낌과 잘 어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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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 흑백 만화의 느낌이 납니다. 세 아바타가 각자의 포즈로 재미난 균형을 맞춰주고 있는 멋진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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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왼쪽 그림을 봤을 때는 완제품 수첩인 줄 알았습니다. 그 정도로 재미있게 잘 그렸죠?

삼각김밥의 가족이라고 합니다. ㅎㅎ 귀여운 그림이에요.

그리고 오른쪽은 각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두 독자님의 모습 자체를 그린 그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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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만평 그림을 보는 것처럼 구성이 촘촘한 그림이었어요! 아바타도 어찌나 캐릭터가 확실하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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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 앉아 두 세장이 훌쩍 넘어가도록 웹툰을 그리고 있던 편집부 모 님. 이런 구성도 무척 재밌던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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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보고는 정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알고보니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분이셨어요!

역시,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와 구성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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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흐릿해서 잘 보이진 않지만, 『그림 여행을 권함』 담당 편집자 분이 직접 그린 아바타입니다.

캐릭터의 특성을 잘 잡아서 너무 재미있게 그려주셔서 놀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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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코치(?)를 해주며 환하게 웃고 계신 김한민 작가님의 모습입니다. (^^)

작가님 덕분에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직접 그림을 그리기 위해 ‘시작’을 하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김한민 작가님께서는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나오는 마지막 문장이
‘그림 그리기’의 의미와 똑같다는 것을 비로소 발견했다고 하셨습니다. 바로 이런 말이지요.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분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위험하고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즉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속에 살지 않는 사람과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 하고 그것을 구별해내어 지속시키고
그것들에게 공간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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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무척 좋아하신다고 밝힌 세네갈의 철학자
‘바바 디오움Baba Dioum’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마지막에 우리는,
사랑하는 것만을 보존할 것이며
이해한 것만을 사랑할 것이며
배운 것만을 이해할 것이다.”

그러므로 즉, 그림을 배운다는 것은,
내가 하고 이 작은 행동의 의미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연결시키는 것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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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스케치의 마지막에 써먹으려고(?)
어제 만들어낸 ‘가지 머리 꼭지 아바타’를 이용해 먹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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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는 조만간 다시 여행을 떠나실 계획이라며
이날의 강연이 마지막 자리라고 무척 아쉬워하셨는데요,
이 후기가 조금이나마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이번 휴가 때는 각자의 눈과 마음에 담긴 풍경을 그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작은 시작이 곧 엄청난 의미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