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목) 늦은 저녁, 홍대에서는 2012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인최민석 작가님과 함께하는 『능력자』 출간 기념 ‘리얼 라이브 북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이날 북 콘서트의 사회는 EBS 라디오 연재소설의 방영찬 PD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방영찬 PD님께서 막 행사를 소개할 무렵, 북 콘서트 시작 시간이 지났으니 소중한 시간을 빼앗을 수 없다며 무대 뒤에서 깜짝 등장하신 최민석 작가님. 출간된  『능력자』 표지에서 줄곧 작가님의 사진을 봐왔던 터라 친숙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이날 『능력자』 북 콘서트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이 되었습니다. 먼저 1부에서는 작가님에 대해 궁금한 점을 남겨주신 독자님과의 문답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능력자』도 그렇고 얼마 전 출간한 에세이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도 그렇고, 작가 본인의 얼굴을 표지로 활용하시는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냐는 물음에는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는 표지 때문인지 별로 반응이 좋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표지에 얼굴을 쓰지 말아야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

 

그러나 작가님의 말씀과는 달리, 정작 이러한 책 표지 때문에 기존 문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함이나 탈 권위적인 모습이 느껴져서 책을 구입하게 됐고 결국 끝까지 다 읽기도 했다는, 무척이나 좋은 반응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에 작가님께서는 무엇보다도 권위를 벗어날 권위게 본인에게는 없는데다, 그간 독자로서 책을 읽으며 가졌던 반항심이나 저항감 같은 것들이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고 하셨습니다. 책을 읽으며 50%는 공감을 하고 또 다른 50%는 저항을 할 때 비로소 작가가 탄생한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인용해 들려주시면서 훌륭한 독자란 독서 활동을 하면서 (물론 독서라는 행위 자체를 포함하는) 자기만의 창작 활동을 함께 유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주로 어디서 집필 작업을 하시냐는 물음에는 집에서는 거의 글을 쓰지 않고, 자주 가는 카페에 가서 많이 쓰신다고 하셨습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더라도 그냥 가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다 오는데 그렇게 버텨도 잘 안 된다 싶은 날에는 덮어놓고 놀기도 하신다고요.

또 주로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어 곡을 쓰시냐는 질문에는 주로 아침에 화장실에서 많이 영감(?)을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할 때 본인도 모르게 흥얼거리는데 괜찮게 느껴지는 게 있으면 기억해뒀다가 재빨리 곡을 쓰기도 한다고요.

다양한 질감의 질문을 교환했던 1부가 끝나고, 본격적인 라이브 북 콘서트의 대미를 장식할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전설적인 밴드 ‘시와 바람’의 공연, 의상 탈의 및 무대 세팅을 위해 잠시 장내를 정리하는 동안에도 ‘시와 바람’의 인상적인 화보를 웅장한 음악과 함께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이날 북 콘서트에 앞서, 최민석 작가님께서 직접 쓰신 보도자료를 현장에 오신 독자 분들께 나눠 드렸었는데요 이 자료에 쓰인 ‘시와 바람’의 음악세계관을 짤막하게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시와 바람’은 통속적 가사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곡 구성, 맥락 없는 기교로 6,70년대의 록음악을 재현하고자 하는 밴드이다. 음악적 경력이 없는 최민석의 영감을 탄탄한 연주 실력과 음악적 경험이 풍부한 손준호, 김완형, 손현 군이 합작하여 곡을 생간하고 표현하는 밴드 구조를 보고, 혹자는 ‘일단 구성은 도어스’라고 평하기도 했다.

▲ 전설적인 밴드 ‘시와 바람’ 1집 앨범 「난봉꾼」 쟈켓

아픔과 좌절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4인조 지방 캠퍼스 록 밴드 ‘시와 바람’은 2010년 8월 굴곡과 질곡(과 잡곡)의 역사를 뒤로 하고 정식 멤버를 구축하여 홍대를 기반으로 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와 지방 축제 행사장, 관광 나이트 회관을 주무대로 하여 활동하기로 도원결의에 비견할 만한 결심을 다지게 된다.

전설적인 밴드 ‘시와 바람’이 들려준 첫 번째 노래는 미 발표곡인 ‘허수아비’로, 이어 매력만점 보컬 최민석 작가님께서 합류한 뒤에는 ‘국정원 미스김’이라는 노래를 두 번째로 들려주셨습니다.

 

「국정원 미스김」 곡 소개

최민석은 “대기업 사원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한국 교육 시스템에 똥침을 놓는 심정”으로 가사를 썼다고 했다. 맥락을 알 수 없는 발언에 멤버들이 반문하자, 최민석은 어릴 때부터 첩보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혼자서 은밀히 수행해 왔으나, 한국의 교육 시스템상 첩보원이 되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그래서 가사에라도 ‘국정원’이나 ‘첩보요원’ 같은 단어를 삽입하길 희망했고, 그 탓에 뜬금없이 엔딩 부분에 ‘비밀의 첨보요원 킴’이 네 번이나 반복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최민석 작가님의 엄청난 퍼포먼스를 구경할 수 있었던 리얼 라이브 북 콘서트! 앨범에 수록된 곡이 다섯 곡뿐이라 세 곡을 부르고 나니 어느덧 ‘시와 바람’ 공연의 1부가 저물었다는 멘트와 함께 「난봉꾼」, 「빗속에 내리는 당신」,「아임 낫 어 김치」 같은 노래들을 계속해 신명나게 불러주셨습니다.

 

‘시와 바람’의 주옥 같은 가사들, 이것은 차라리 한 편의 시다!

날은 어둑해지고 갈 곳은 어디 없는데 / 나를 기다리는 건 내 방의 마른 김치찌개

하늘은 젖어가고 내 몸은 말라가네 / 발길은 비틀대고 내 맘도 허둥대네

발길이 닿는 건 또 다시 그 집 앞 / 아무리 불러봐도 대담도 없는 걸

이 밤이 깊어 가면 나는 또 잊혀지겠지 / 내리는 빗물처럼 내 맘도 내렸으면

― ‘빗속에 내리는 당신’ 중에서

공연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사인회를 진행하기 위해 다시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오신 작가님, 책과 음악이 함께하는 『능력자』 리얼 라이브 북 콘서트를 통해 너무나도 열띤 시간 보내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다시 한 번 깊이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