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월) 저녁, 가히 진기한 기록으로 남을 만한 아주 핫(!)한 북 콘서트가 홍대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시작 전부터 뜨거운 참여 열기로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01 파워클래식 북 콘서트 후기, 지금부터 바로 전해드리겠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에는 중산모자가 주요한 이미지로 등장합니다. 바로 여기서 모티프를 얻어 마그리트의 그림 「중산모자를 쓴 남자」(The man in a bowler hat)를 표지 이미지로 쓰게 되었다는 편집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해드린 바도 있습니다.

어제 북 콘서트 현장에서는 올해 초 새롭게 출간된 밀란쿤데라전집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도 함께 소개를 드렸습니다.

강유정 평론가님과 이동진 평론가님을 기다리는 북 콘서트 현장!

드디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북 콘서트를 이끌어주실 두 평론가님께서 나란히 자리해주셨습니다. 시종 유쾌하고 공감가는 말씀을 가득 전해주신 두 분 덕분에 내내 즐거운 시간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원작으로 하여 만든 필립 카우프만의 영화 「프라하의 봄」도 잠깐씩 감상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님께서는 토마시와 테레자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뽑아주셨는데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웃음)

그러나 결과적으로 영화가 책의 매력을 다 살리지 못했고, 썰렁한 농담으로 만들어 버린 부분이 있다고요.

강유정 평론가님께서는 토마시가 ‘오이디푸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뽑아주셨습니다. 강유정 평론가님의 첫 문학평론집 제목도 『오이디푸스의 숲』일 만큼 ‘오이디푸스’에 대해서는 굉장히 할 말이 많다고 하셨는데요, 간단치 않은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당시 체코 정부에 대한 은유로써 쓰이면서 그저 토마시의 대사로 처리해버린 부분이 아쉽다고 하셨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님께서는 이 작품을 두고, ‘고도로 축조된 건축물’ 같은 소설이라고 정의를 내려주셨습니다. 니체나 오이디푸스, 모세, 베토벤 등이 레퍼런스로 등장을 하지만 이들의 껍데기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화적인 레퍼런스가 주제와 고도로 밀접되어 있다고요.

 게다가 이 책에서 『안나 카레리나』는 테레자가 반드시 들고 와야만 하는 책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작품 자체가 『안나 카레리나』에 바치는 오마주이기도 한데다, 그 작품 속에 나오는 일종의 공동체적인 사랑을 이 소설에서 변용시킨 것이기 때문이라고요. 즉 이 소설의 핵심은, 결국 사랑은 우연일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며 받아들인 우연에서 ‘자기만의 은유’를 발견할 때 비로소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는 토마시가 테레자 같은 여자를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것 자체가 일탈이며, 테레자에게서 어떠한 자신만의 은유를 보게 되면서 그녀가 이제까지 그가 만나 온 200명의 여자와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요.

두 평론가님께서는 모두, 쿤데라의 작품을 보면 홍상수의 영화가 생각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상투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홍상수의 특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홍상수의 전략과 쿤데라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보신다고요. 일상의 풍경에서 키치를 담아낸 작품의 특성도 그렇고 특히 토마시는 앞에서는 책임을 지지만 뒤에서는 또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즉 당위성의 세상에서 탈퇴하고 싶은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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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한 20자 평을 내려달라는 강유정 평론가님의 요청에 이동진 평론가님께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줘라 노벨상“이라며 재치 있게 응수하셨답니다. 노벨상이 별 게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 바로 쿤데라가 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며, 수상 여부로 문학성을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맞불작전으로 20자평을 요청 당하신(?) 강유정 평론가님께서는 “가장 무거운 것도, 가장 가벼운 것도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았다.”는 명언을 저희 마음 깊이 새겨주셨습니다.

 강연장을 가득 메운 채 두 분의 대화에 고도로 집중하고 계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어 현장에 오신 독자님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교환하는 시간을 가진 뒤, 마지막으로 민음사 장은수 대표님께서 마무리 인사를 전해주셨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이 책을 스무살에 처음 읽었고 이후로 열 번도 넘게 봤는데, 세 번째 읽었을 때 비로소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아셨노라고요.

 마지막까지 즐거운 자리 잘 이끌어주셨던 강유정, 이동진 평론가님과 더불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북 콘서트에 와주신 모든 독자님들께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과 이어지는 유익한 만남의 자리를 계속해 마련하며, 독자님들과 나눌 즐거운 소통의 시간을 언제나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