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할리우드에 상륙할 ‘공간지각 미스터리’

“스트레스의 신체화가 심한 타입입니다.”

 

심리검사가 끝나고 가장 먼저 들은 말이었다. ‘아, 내가 느꼈던 화끈거림, 어지럼증이 그러니까 진짜 있긴 있었단 말이지.’ 어릴 적부터 고민거리가 생기면 금세 몸이 따라서 앓았지만, 꾀병 부린다는 말을 듣기 싫어 아픈 것을 숨겼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도 통증이 거짓이라고 믿게 되어 유난히 몸이 무거운 아침이면 나의 게으름을 탓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짓누르는 느낌이 진짜였다니……. 추상적인 고통이 육체의 일부가 되는 것. 한 번쯤 이런 전이를 느껴 본 사람이라면, 켈만의 ‘공간지각 미스터리’가 완전히 새로운 장르는 아닐 것이다.

 

KakaoTalk_20190305_170150411

 

“『너는 갔어야 했다』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공포의 공간화’다.”

 

우선 간단한 줄거리를 살펴보자. 시나리오 작가인 ‘나’는 배우인 아내와 네 살 난 딸과 함께 겨울 휴가를 떠난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별장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 근사하다. 한때 떠오르는 신예 작가와 여배우의 결혼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이들이지만, 결혼 후 ‘나’의 커리어는 주춤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벌어져 버린 격차는 어색한 공백으로 남았다. 게다가 육아 전쟁까지 더해진 부부에게 이번 휴가는 짧은 도피나 마찬가지. 그런데 집주인도, 동네의 내력도 알지 못하는 이 집에서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나’에겐 외면하고 싶은 아내의 비밀마저 고개를 든다.

 

얼핏 보면 소설로서 평범하기까지 한 이야기지만, 켈만은 이 관계의 틈새 그리고 문득문득 확장하는 불안을 공간을 통해 구현했다. 처음엔 수많은 사람들의 댓글 속에서 흠잡을 데 없어 보였던 별장이 갑자기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질 때, 부부는 서로가 아니라 쉽게 공간을 탓한다. 그러다 결국 숙소를 떠나기로 결심한 날, ‘나’는 우연히 아내의 핸드폰을 보게 되고…… 그때부터 겨울 별장은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미로로 변한다.

 

책을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저절로 이미지가 떠오른다. ‘나’의 심리와 따로 또 같이 변모하는 별장을 상상하다 보면, 한순간 신이 되기도 개미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리뷰어들 사이에서 “영화화하기 딱 좋다”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 소식이 들렸다.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에서 제작하고 케빈 베이컨과 어맨다 사이프리드가 각각 ‘나’와 아내 역할을 맡는다는 것. 당신이 ‘선(先)책파’든, ‘선영화파’든 소설로서 흔치 않은 도전을 택한 켈만의 작품을 펴들 확률이 높아졌다.

 

 민음사 편집부 박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