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감칠맛 나는 포도주의 맛이 난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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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인기가 대단합니다. 국내 뮤지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닙니다. 큰 성공은 단지 남자 주인공 조승우 씨의 인기와 실력 하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작품 자체의 매력, 그것도 원작이 갖고 있는 풍성한 잠재력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묘사하기 쉽지 않은 사람이네. 그의 외양에는 뭔가 잘못된 점이 있어. 어딘지 불쾌하고, 아주 혐오스러운 점이. 그렇게 고약한 기분을 주는 사람은 처음 보네. 하지만 이유를 잘 모르겠어. 어딘가 불구인 것이 틀림없네. 불구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지.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가 불구인지는 알 수 없네. 특이하게 생긴 사람인데, 구체적으로 어디가 이상하다고 말할 수가 없어. 파악이 안 되네. 그를 묘사할 수가 없어. 그렇다고 기억이 안 나는 것은 아니야.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니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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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여기서는 원작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를 특히 세계 문학의 거장들이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롤리타』의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코넬대학교에서 「유럽 문학의 거장」이라는 강의를 1953년에서 1958년까지 가르쳤습니다. 바로 그 강의 노트에서 자세하게 분석을 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입니다. 나보코프는 이 작품이 상투적인 추리소설이나 알레고리로 접근하는 해석을 다 접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경이로운 스타일이라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이름을 찾지 못해서 그렇지 뭔가 더 있는 게 틀림없어. 하느님 맙소사, 그는 거의 사람 같은 느낌이 안 들었어! 야만인 같다고나 할까? … 아니면 단지 추악한 영혼이 육체를 관통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을 변모시킨 것일까? 아마 마지막 경우겠지. 오, 불쌍한 내 친구 헨리 지킬! 내가 사탄의 이름이 적힌 얼굴을 본 적 있다면, 자네 새 친구의 얼굴이 바로 그것이로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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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티븐 그윈이라는 평론가의 리뷰를 소개하면서 “평범한 산문소설보다는 시에 가까운 우화”라는 말을 인용합니다. 그러고는 “예를 들자면,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나 니콜라이 고골의 『죽은 혼』의 반열에 드는 예술 작품”이라고 격찬했습니다.

 

이어 나보코프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문체를 칭송합니다. “이 책에서는 감칠맛 나는 포도주의 맛이 난다.” 하지만 단지 문체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문체가 이처럼 차원이 다른  경지이니만큼 작품 자체도 다르다고 거듭 말합니다.

 

하지만 죽는 날까지 그 일에 대해 믿기 힘들 것 같네. 그 인간이 내게 보여 준 도덕적 타락, 참회의 눈물까지 섞어 보여 준 도덕적 타락으로 말하자면, 나는 그것을 기억할 때조차 공포에 질려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에서

 

 

39_1920년_Dr. Jekyll and Mr. Hyde (1920 Haydon film)38_1920년 영화 포스터

 

이번에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겠습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아동물 작가로 폄하되는 걸 듣자 스완이 이렇게 반박합니다. “하지만 그는 아주 위대한 작가입니다, 스티븐슨은, 저는 확신해요, 드 공쿠르 씨, 가장 위대한 작가들과 같은 반열에 드는 전적으로 위대한 작가예요” 또 카라망-시미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스티븐슨의 작품들을 열렬히 추천합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가 가장 탁월하게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야성의 부름』의 작가 잭 런던도 여기저기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를 극찬했습니다. “지도자를 자처하지 않는데 지도자인 사람들이 있지요. 이러한 부류 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한 예가 바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을 들 수 있어요.”

 

다만 나 자신의 어두운 길을 그냥 가도록 내버려 두게. 나는 스스로도 이름 붙일 수 없는 처벌과 위험을 스스로 초래했네. 만일 내가 최악의 죄인이라면, 그 결과로 최악의 고통을 받는 사람도 나지. 나는 지상에 이처럼 기운을 잃게 하는 고통과 공포의 장소가 있는 줄 짐작도 못 했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에서

 

 

37_가족사진(1893)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남긴 스티븐슨 칭송은 최소한 100군데는 된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내게 행복의 형태 중 하나였습니다.” 보르헤스는 자신의 시 「정의로운 자」에서 “이 세상을 구원했으되 잊혀진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는데, 그들 중 하나가 바로 스티븐슨입니다. “스티븐슨이 이 세상에 있어 주어서 누구에게나 고마운 일”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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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로 칼비노는 자신을 “스티븐슨 숭배자”라고 자처하면서 그의 “경이로운 경쾌함”을 칭찬했습니다. “나는 스티븐슨이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주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사랑합니다.” 또 헨리 제임스는 작가의 가까운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는 스티븐슨을 가리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빛과 같은 작가”라고 했습니다. “이야기의 섬뜩한 톤이 [구체적 디테일의] 결여로 인해서 더욱 심화된다.”

 

‘아무래도 큰 곤경에 처한 게 아닌가 싶어 걱정되는군! 젊었을 때 함부로 놀았던 게지. 분명 아주 오래전에. 하지만 신의 법 앞에서 공소시효 같은 건 없지. 그래, 그 문제일 거야. 오래전에 저지른 죄의 유령, 숨겨진 수치스러운 일에서 비롯된 암, 더 이상 기억도 나지 않고 자기애로 자기 잘못을 다 덮어 주고 난 수년 후 절룩거리며 나타난 처벌.’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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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많이 있지만 그만 마무리합니다, 이젠 본문을 읽고 거장들의 주장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의 탁월한 구성력을 높이 샀던 헨리 제임스가 말한 ‘디테일의 결여’가 어떤 것인지, 철학하는 작가였던 보르헤스가 왜 지킬 박사를 통해 ‘행복’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그 이야기가 맞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침 텍스트가 200쪽도 안 됩니다. 그리고 민음사 판본에는 20세기 초에 그렸던 멋진 일러스트가 수록돼 있습니다.

 

양희정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