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를 떠올리면 『인간 실격』의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문장이 떠오른다. 서른아홉이라는 짧은 세월 동안 다섯 번의 자살 시도가 있었던, 유난했던 그의 생을 압축하는 문장이 아닐까.

 

 

Osamu_Dazai1946

1946년, 다자이 오사무

 

 

그가 첫 번째 자살 시도를 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평론가 오쿠노 다케오는 다자이의 출신(벼락부자)에 대한 부끄럼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 이후에도 그는 생가를 실망시킨 부끄럼으로, 동지를 배반한 부끄럼으로, 패전 후의 일본에 대한 부끄럼으로 계속해서 자살에의 지향을 뿌리치지 못한다. 그는 끊임없이 부끄러워했다. 심지어 자기의 잘못이 아닌 것마저도.

 

패전 후 어제까지 침략 전쟁을 성전으로 옹호하고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영생을 얻는 길이라고 떠들어대던 지도층 인사들이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민주주의를 논하고, 공산당 인사들까지도 점령군 통치하의 ‘주어진 자유’에 도취할 때 다자이는 맨 정신으로는 살아갈 수 없을 만큼 한없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세계문학전집 103.『인간 실격』 작품 해설 중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부끄럼을 잊어간다는 것일까. 서른아홉을 넘지 못한 다자이는 중년 이후의 삶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켜야 할 ‘내 것’들이 늘어간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그래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외면하거나 짓밟는, 그러고 나서 돌아보지 않는 가난한 선택에 대해. 그는 『인간 실격』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살도 하지 않고, 미치지도 않고, 정치를 논하며, 절망도 하지 않고, 좌절하지도 않고 살기 위한 투쟁을 잘도 계속하는 것. […] 한 번도 자기 자신에게 회의를 느낀 적이 없는 것은 아닐까?”

-세계문학전집 103.『인간 실격』 본문 중에서

 

우리는 어쩌면 어느 정도의 선의에, 어느 정도의 ‘남 탓’과 ‘자기합리화’를 잘 희석해 뒤섞은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도저히 부끄러워서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양』(1947)은 그런 다자이 오사무의 최대치의 희망이 담긴 귀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패전 후 몰락해가는 귀족 집안의 장녀 가즈코다. 그녀는 가진 것 없고 자생할 수 없는 환경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연약한 여성일 뿐이면서도 눈물 날 만큼 강인한 의지를 보인다.

 

“혁명은, 대체 어디서 일어나고 있을까요? 적어도 우리들 주변에서 낡은 도덕은 여전히 그대로 털끝만큼도 바뀌지 않은 채,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바다 표면의 파도가 아무리 요동친들 그 밑바닥의 바닷물은 혁명은커녕 꿈쩍도 않고 자는 척 드러누워 있을 뿐인걸요.”

― 세계문학전집 359. 『사양』 본문 중에서

 

다자이가 오래토록 살았다면 그 삶의 원동력은 아래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우리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워, 태양처럼 살아갈 작정입니다.”

― 세계문학전집 359. 『사양』 본문 중에서

 

민음사 편집부 박지아

 

연령 7세 이상 | 출간일 2018년 9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