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의 라벨을 떼 내는 일부터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갈 리틀 아인슈타인을 찾”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새로운 아이들이 나와 재능을 선보이는데, 볼 때마다 감탄한다. 영재란 바로 저런 아이들을 가리켜서 하는 말이구나. 게다가 귀엽기까지 하다.

 

이달 초의 일이다.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화면에 조그마한 남자아이가 등장했다. 일고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은 자기 키만 한 집게를 들고 해변에 나가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세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지역 재활용 센터를 방문한 이래 계속하는 일이라고 한다. 참으로 장한 이 꼬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라이언 히크먼이다.

 

 

라이언

재활용품 포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라이언 히크먼, 2017년. Ⓒ Bykalot

 

 

『하버드-C.H.베크 세계사』는 상당한 분량을 할애해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에 관해 이야기한다. 환경을 정치와 경제, 문화 등과 나란히 놓은 최초의 세계사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역사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던가? 환경사를 세계사에 넣어도 되는 것일까? 하지만 글을 읽어 나가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이제 환경은 우리의 삶에서 떼 놓을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이 유례없는 더위는 정말로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에어컨을 마음껏 틀려면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하는 것일까? 언제쯤이면 미세 먼지가 없는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음료를 마실 때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으면, 머그잔을 쓴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질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 『하버드-C.H.베크 세계사』는 지난 수십 년간의 변화를 보여 준다. 늘어난 인구, 늘어난 자동차, 늘어난 이산화탄소. 동시에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관해 묻는다. 석탄 한 덩어리나 석유 한 방울도 제대로 본 적 없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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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C.H.베크 세계사』를 읽고 나면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질지도 모른다.

 

 

 

현재 라이언은 아버지와 함께 재활용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라이언의 열정에 공감한 이웃과 친구, 지역사회가 재활용품을 모아 도와주는 덕분이다. 방탄소년단도 출연한 적이 있는 「엘런 디제너러스 쇼」에 초대받을 정도로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나는 ‘리틀 아인슈타인’에 도전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고, 영재라는 단어와도 거리가 멀다. 그러나 매주 분리수거를 하는 날에 재활용품을 내놓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라이언만큼은 아니어도 ‘환경보호’라는 대의에 조금이나마 동참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은 페트병에 부착된 라벨을 떼 내는 일부터 시작할 작정이다.

 

민음사 편집부 이황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