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강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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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여덟 권으로 세상 빛을 본 『고전 강연』은 제목만 강연이 아니라 실제 강연으로 진행된 글을 모은 것입니다. 바로 네이버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대중 강연 프로젝트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1)이지요. ‘오늘을 성찰하는 고전 읽기’를 주제로 매주 토요일, 설과 추석 연휴를 빼고 꼬박 1년 동안 총 50차례 현장 강연이 있었답니다. 담당인 저 역시 한 주에 한 편씩 강연문을 읽고 교정을 보고, 틈틈이 강연에 참석했어요. 적지 않은 연세에도 늘 강연장 맨 앞줄을 지켜주신 김우창, 유종호 선생님 이하 여러 선생님들, 강의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빛을 반짝이던 청중을 보노라면 “배우고 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논어 첫 구절이 절로 떠오르는 현장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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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지성과 대중이 만난다는 <열린연단>의 모토만큼이나, 『고전 강연』 시리즈의 저자 란에는 책을 사랑하는 이라면 한 번은 마주쳤을 이름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과 세계시인선으로 낯익은 선생님들도 있고, 현대사상의 모험, 대우학술총서․고전총서 등 전통 있는 학술 시리즈에서 유수의 명저를 한국어로 번역 소개하신 분들, 또 우리가 국어와 문학 교과서에서 배우는 바로 그 내용의 기틀을 잡으신 분도 있지요.(저는 국어 교과서가 단 한 종류뿐이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고, 국정 교과서의 획일적 해석에 못마땅한 구석도 있었습니다만,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정연한 논리와 풍성한 맥락 속에서 만나는 작품 해석은 분명 알던 내용인데도 완전히 느낌이 달라 무척 신기했답니다.) 이렇게 학계의 올스타라 할 법한 저자 분들과 함께하려니 여러모로 긴장되면서도 가슴 뛰는 작업이었어요.

 

직업상(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실상은 성향상) 이 책 저 책, 이 분야 저 분야의 지식을 기웃거리는 저에게 하나의 분야, 때로는 하나의 책만을 평생 깊이 파 들어간 선생님들의 내공은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바쁘신 중에도 부족한 편집자의 제안에 가타부타 의견을 내고 책의 구절을 들어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주시는데, 그 모습이 마치 길 잃기 십상인 커다란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쏙 찾아서 꺼내 주시는 것만 같았어요. 진부한 표현이지만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요. 페이지들이 켜켜이 쌓여 하나의 책을 이루듯이, 선생님들이 읽고 또 읽어 내려갔을 시간들이 쌓여 대가의 내공으로 다져졌을 거예요. 모든 것이 빠르게 스쳐 가 버리는 시대에, 조금 느릴지 몰라도 꾸준한 사색의 발걸음으로 새긴 길을 따라 걸으며 저는 고전을 읽는 방법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그 길을 여러분도 걸어 보시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거예요.

 

가령 높은 산에 오르는 일에 비유한다면, 고전은 과거에 그 산을 등정했던 사람의 등정기와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등정기에 의존해서 거기에 큰 산이 있음을 알고 또 보다 적은 위험과 수고로 오를 수 있다.

―『고전 강연 1: 개론』

 

논픽션팀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