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그 경이롭고 예측을 불허하는 신기한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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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은 서울대 노문학과 출신 번역자 오관기 선생님의 추천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처음 떠오른 생각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안 좋아하는데……,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내가 ‘막심 고리키’를 제대로 알고는 있나……? 그렇게 해서 일부 번역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이거 ‘보물’이네……!

2015년에 생각 시리즈를 론칭하고는 계속 이어 가지 못하다가, 드디어 올해 첫 책으로 5번 『가난한 사람들』을 출간하였습니다. ‘민음생각’은 새로운 인문고전 시리즈로서 문학, 예술, 철학 분야에서 앞으로 우리 시대가 ‘창의적 텍스트’를 써 나가는 데 참조가 되는 ‘모범적 텍스트’를 발굴하는 작업입니다.

예술과 기술에 대해서라면 독자를 가르쳐야 하지만, 도덕에 대해서라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놔두어야 한다.
—볼테르, 『불온한 철학사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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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공화정 시대 법정에서 벌어진 『설득의 정치』를 통해 우리는 ‘정치의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고, 『음악의 시학』을 통해 스트라빈스키가 고민했던 ‘창의성의 근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인문학의 기초를 탄탄하게 하는 작업입니다.

 

우리는 새것을 만들기 위해서 전통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시학』에서

그렇다면 막심 고리키를 왜 다시 읽어야 할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던 고리키는 진보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허무함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민중의 삶에 주목했고, 권력을 잡은 혁명 동지들에게 외면당하면서까지 혁명의 모순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고리키는 에세이의 주인공 각자의 내적 삶과 그 인물의 영혼 세계가 그의 가슴과 정신과 충돌하며 생기는 온갖 ‘모순’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데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오관기, 『가난한 사람들』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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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20세기 혁명의 시대가 아니었다면 접하지 못할 존재론적 모순들을 깊이 체험했고, 그 결과 ‘겉으로 보이는 특징을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엇보다도 ‘모순 가득한 인간’을 예리하게 관찰했습니다.

 

“그의 가슴에는, 너무나 풍요롭고 기이해서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내면을 가진 복잡한 존재로서의 인간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오관기, 『가난한 사람들』 번역자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겉모습은 다를지라도 그 격동의 시대가 갖는 본질적인 문제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욱 ‘복잡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이해에 힘써야 하며, 그러한 토대 위에서 지금 내가 맞닥뜨리고 있는 관계의 접점들을 숙고해 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러시아 인민들이 그 경이롭고 예측을 불허하는 신기한 재능으로 인해, 다시 말해 그들이 가진 곡예 부리듯 복잡다단한 생각과 감정으로 인해, 예술가에게는 가장 보람된 소재라고 확신한다.”

—막심 고리키, 『가난한 사람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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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네덜란드 풍속화에 대한 츠베탄 토도로프의 말이 떠오릅니다, “회화는 본질적으로 그려진 대상을 예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진숙 미술평론가는 “삶에 주어진 모든 일상적인 행위들이 그려질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막심 고리키는 자신에게 다가온 동료 러시아 민중의 엉뚱한 생각들이 모두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편집부 양희정 부장

연령 10세 이상 | 출간일 2018년 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