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_남경민_따뜻하고 쓸쓸하고_05[1]. 실내풍경2(Indoor scenery2), 2000년, Oil on canvas, 220x91cm

이 그림의 제목은 「실내 풍경2:따뜻하고 쓸쓸하고5」(2000)입니다.

3면이 창문으로 이루어진 거실에서 저렇게 푹신한 소파 위에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누워 있으면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고, 녹색과 황색으로 무채색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흥분한 마음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창문 밖 풍경이 왠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일순간 듭니다, 혹시 진짜 숲이 아니라 또 하나의 그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남경민 화가의 매력은 바로 여기 있는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그림인데도 무의식적으로는 무언가를 찾게 됩니다.

KakaoTalk_2017-11-22-11-04-36_Photo_674-3_남경민_따뜻하고쓸쓸하고_01[1]. 창1(WindowⅠ), 2000년, Oil on canvas, 60x72

남경민 화가는 편집자가 좋아하는 그림들이라서 책에 종종 출몰합니다.  위에서 왼쪽 그림은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본문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세면실에 액자와 거울이 걸려 있고 그 사이를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조용하지만 환상적인 장면인데 실은 거울인지 그림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오른쪽 그림은 화가의 초기 작품인데, 이진숙 미술평론가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눈이 부시게 애잔하고 잔잔한 색감으로 가득 찬 「창1」(2000)은 초기 작품이지만 화가 남경민의 세계로 들어가는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저 막막한 틈새를 열고 들어가 보면 잔잔하고 조용한 기운이 흐르는 텅 빈 「실내 풍경」들이다. 건물의 내부를 하나의 풍경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긴 호흡으로 그림을 바라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의 그림 속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차단된 공간으로 틈입해 올 수 있는 것은 온기를 품은 빛뿐이다. 사람이 없는 텅 빈 건물의 내부는 기억의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 있다.

—이진숙, 『미술의 빅뱅』에서

4-6

서유미 소설가의 작품 『끝의 시작』의 표지 그림은 남경민 화가를 유명하게 해 준 ‘화가 시리즈’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품을 시작하던 2000년 당시 그녀의 그림은 민중미술,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등이 지배적이었던 당시의 한국 미술의 풍경 속에 섞여 들어가지 않았다. 고독한 작업이 이어졌다. 그녀는 꿈꾸던 이상 세계를 향해서 조금씩 움직여 나갔다. “화가들의 삶에 말을 걸고 싶었다.”고 남경민은 말한다. 화가들의 작업실 시리즈는 그녀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으로 돌아가 그림을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의 표현이었다.

—이진숙, 『미술의 빅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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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의 심리치유 에세이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를 편집할 때 바로 이 남경민 화가가 떠올랐는데, 북디자이너가 「두 개의 창문」(2005)을 골라 주었습니다. 희생이 필요한 엄마로서, 말 잘 듣는 딸로서, 살아남아야 하는 약자로서, 늘 타인을 먼저 생각했던 우리, 또는 무엇이 문제인지 분별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일상을 반복할 수밖에 없던 우리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합니다. 정여울 저자는 ‘무의식’이라는 방에서 그 돌파구를 찾습니다.

“우리는 애써 모른 척한다. 괜찮다라고 말할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을. 그 무언가는 바로 나의 트라우마, 그림자, 그리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다. 나는 우리가 애써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동안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쓰고 싶다. 우리가 다 괜찮다고 말하는 동안 놓쳐 버린 아픔들에 대해 쓰고 싶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당신이 억압한 자기 감정들이 언젠가 상처의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더 아프게 찌르기 전에. 이 책은 늘 괜찮다고 말하며 자신의 아픔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애틋한 공감의 편지다.” ─정여울

 

저자는 자기 자신이 심리학을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했기 때문에, 독자분과 그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나만의 방에서 카를 구스타프 융과 함께 떠나는 심리 치유 여행을 권합니다.

 

양희정 부장